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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전사들이 빼어든 이 칼은...

천하한량 2009. 4. 17. 18:05

사막의 전사들이 빼어든 이 칼은...   2009/03/20 14:39 추천 3    스크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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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왕1블로그.jpg

                                                                                             2009년 3월 10일 AP연합뉴스


긴 칼을 어깨에 턱하니 걸치고 있는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다름 아닌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왕입니다. 허리에는 초생달처럼 크게 휜 단도를 차고 있네요. X자로 맨 가슴의 검은 가죽띠에서 사막을 행군하던 옛 유목전사의 돌 같이 굳은 의지를 읽을 수가 있군요. 세계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부호이기도한 군주가 이렇게 옛 전사의 복장으로 나타난 것은 전통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랍니다. 옛 유목전사들이 전투를 치르기 전에 긴 칼을 빼들고 군무를 추던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죠.


사우디왕자_블로그용.jpg

  * 왕뿐만 아니라 왕자들도 제각기 멋진 칼을 빼어들고 자신들의 용맹을 과시하고 있군요

 

하루에 수천장이 쏟아지는 외신 사진들 중에서 이 사진들이 유독 눈에 띈 까닭은 왕과 왕자들의 손에 들린 칼 때문입니다. 멋진 곡선을 그리며 날렵하게 뻗은 이 장검은 사라센 제국의 유명한 명검인 시미터(scimitar)입니다.


중세 아랍의 유목민들이 누런 모래폭풍을 일으키며 질주하던 말 위에서 휘두르던 신월도(新月刀)가 바로 이 칼이죠. 아랍의 사이프(Saif), 페르시아의 샴쉬르(Shamshir), 인도의 탈와르(Talwar), 터키의 클르츠(Kilij) 등도 모두 시미터의 일종입니다.

 

날 부분이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이러한 곡도(曲刀)는 기마민족이 즐겨 사용하는 칼입니다. 특히 몽골의 만도(彎刀)가 유명하죠. 몽골 기병에 의해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곡도는 정말이지 기병을 위한 칼로서는 최적화된 것이라 보면 됩니다.


첫째, 날이 완만하게 굽음으로 인해 질주하는 말 위에서 적을 향해 휘두르면서 내리치기에 아주 딱입니다. 원심력이 작용하여 칼날의 어떤 부분이 적에게 맞아도 쉽게 무게가 실리도록 되어있습니다. 또한 날 끝부분이 가늘게 처리해서 찌르기에도 불편함이 없죠.


둘째, 손잡이는 보시다시피 아주 짧습니다. 기병의 생명은 기동력입니다. 일본도처럼 손잡이가 긴 칼은 말 위에서 한 손으로 다루기가 불편합니다. 손잡이가 짧아야 한손으론 고삐를, 한손으론 칼을 잡고 휘두를 수가 있는 거죠.


셋째, 칼날의 옆몸을 자세히 보면, 칼 몸을 따라 가로로 길게 홈이 파여진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혈조입니다. 이는 칼의 몸을 강인하게 지탱해주고, 또한 피가 잘 흘러내리도록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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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기마전사 얘기를 하노라니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떠오르는군요. 영국 정보국 소속 장교 로렌스는 1차대전 중 중동지역의 전투에서 아랍 부족의 지원을 받기 위해 파견된 영국 정보장교 로렌스의 활약을 그린 영화죠. 로렌스는 영국 정부가 바라던 것 이상으로 아랍의 지도자들을 사로잡고 아랍의 독립을 위해 열심히 싸워 아랍 민족으로부터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웅적인 칭호를 얻지만, 나중엔 영국 정부와 아랍민족 모두에게서 외면받게 되고요. 이 영화에서도 아랍의 전사들이 역시 시미터를 빼어들고 적진을 향해 돌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미터는 용맹무쌍한 아랍 기병의 자부심이자 사라센 제국의 영광입니다.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도 한자루 칼을 빼어들고 적의 심장부를 타격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전율이 흐르는군요.


잠깐 역사 공부할까요. 사라센이라는 이름은 원래 현재의 시리아에서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는 사막 지역의 유목민을 이르는 말이지만, 좀더 폭 넓게는 중세의 모든 아랍인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7세기부터 15세기 말까지 인도 서부에서 이베리아 반도(지금의 스페인)에 이르는 지역을 주름잡았던 이슬람의 왕조들을 일컫어 사라센 제국이라고 하고요.


정통 칼리프 시대(632~661년), 우마이야 왕조 시대(~750년), 압바스 왕조 시대(~1258년)의 3시기로 나눌 수 있는데, 우마이야 왕조의 수도는 다마스커스(시리아)이고 압바스 왕조의 수도는 바그다드(이라크)입니다. 이 중에서도 다마스커스는 명검의 산지로 유럽에서도 정평이 나있는 곳이죠. 다마스커스검도 역시 시미터의 한 갈래로 보면 되겠죠. 다마스커스검에 대해선 다음에 따로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블랑거의_천일야화.jpg

 

 

마지막으로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의 시미터를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19세기 프랑스 화가인 구스타브 블랑제가 그린 작품입니다. 꼬맹이들이 들고 있는 칼이 압둘라 왕이 들고 있는 칼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꼬맹이들이 커서 사막의 도적떼가 될지 아니면 사막의 영웅이 될지는 오직 알라신만이 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