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왕년에 17 대 1로 싸웠는데... "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늦은 밤 술에 취한 사내들의 무용담이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하지만 17 대 1로 싸웠던(?) 이들도 혀를 내두르게 하는 남자들이 있다. 이들은 100 대 1로 싸운다. 물론 싸움이 아닌 대련이고, 한 번에 100명을 상대하는 것이 아닌 한 명 씩 돌아가며 100명과 싸우는 것이다. 자칫 무모해 보이는 100 대 1 대련의 이유에 대해 그들은 '강해지기 위해서' 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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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대 1의 싸움. 바로 극진가라데다. 극진가라데는 국내에는 '바람의 파이터'라는 영화로 많이 알려진 무술이다. '실전가라데'를 지향하는 극진가라데는 고(故) 최영의 선생이 1964년 '극진회 세계 총본부'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초창기 극진가라데가 만들어졌을 당시에도 수많은 유파의 가라데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당시 존재했던 가라데의 대련은 대부분이 타격 직전에 멈추는 방식이었다. 극진가라데는 이러한 것에 '실전성이 없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몸을 직접 타격하는 방식의 대련(쿠미테)을 시도한다.
극진가라데 대련의 특징은 킥과 펀치로 다리와 몸통은 자유롭게 가격하되, 주먹으로 안면을 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물론 킥으로는 가능하다.
극진가라데는 승단 심사 마지막에 자신의 단 수의 10배에 대당 되는 인원과 이 대련을 펼친다. 1단이면 10명, 2단이면 20명인 셈이다.
그 중에도 하루에 100명과 대련을 펼치는 100인 조수라는 것이 있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이 역시 극진가라데의 수행 중 하나라고 하여 실제로 열 명 안 팍(공식 8명, 비공식 6명이라고 전해지나 이 역시 확실치 않다)의 선수들이 이 도전을 성공했다.
100인 조수는 기본적으로 100명의 상대와 매 회 2분 간 대련을 한다. 물론 100명 모두 다른 상대와 싸우는 것이 권장되지만 100명의 유단자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50명과 두 번씩 싸워도 무방하다.
단, 승패는 상관없다. 이기거나 지는 것에 관계없이 마지막 상대와 겨룰 때까지 서서 버티기만 해도 된다. 근접거리에서 상대의 몸통과 다리에 계속해서 펀치와 킥을 내 뻗는 극진가라데의 격렬함을 고려하면 서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지옥같은 100인 조수를 통과한 선수 중에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프란시스코 필리오도 있다. K-1에서 '일격' 신화를 썼던 필리오는 1995년에 100인 조수에 성공했다.
100인 조수는 인간의 체력과 정신력, 맷집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다. 2분씩 100명과 휴식 없이 싸우고 시간은 보통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사실상 100인 조수에 성공하더라도 끝나면 대부분이 병원으로 직행해 입원을 한다. 탈진과 타박상 때문이다.
그리고 진행 중반이 넘어가면 사실상 정신력으로 버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1995년 성공했던 야마키 켄지의 경우 100인 조수 후반부에는 거의 울부짖으며 싸웠다고 한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후반에는 지칠 대로 지쳤고, 맞을 대로 맞은 터라 상대의 공격을 그대로 온 몸으로 받으며 버티는 형국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중에도 예외는 있었다. 바로 프란시스코 필리오다. 극진가라데 내부에서도 '괴물 중의 괴물' 이라고 불리던 필리오는 100인 조수를 성공하고 난 후 " 배고프다 " 며 갈비를 뜯으러 갔다고 한다. 앰뷸런스에 실려 간 다른 선수들과는 대조적이다.
1999년, 하지메 카즈미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100인 조수에 도전하는 사람은 없다. 최배달 총재가 이끌던 극진가라데 단일 체제 시절에는 무도가로서의 '명예'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도전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최영의 총재 사후 극진가라데가 분파가 됐기 때문이다.
100인 조수. 언뜻 보면 무모해보이기도 하지만 이 역시 오늘날의 극진가라데가 '강함'을 대표하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했다. 앤디 훅부터 에베르톤 테세이라까지 극진가라데 출신들은 지금까지도 강철 같은 육체와 정신력으로, '강함'이라는 상징으로 대표되고 있다.
[도움말 : 극진공수도 극진회관 한국본부 신승섭 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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