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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교수 “태권도공원은 천박한 무예사업”

천하한량 2008. 6. 7. 14:45
[한겨레] 김용옥 교수 '한국무예 상업성' 질타

"학문, 신체단련서 시작" 무예론 강조

우리 민족의 관념엔 '문'이 가치서열에서 '무'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유교를 숭상하는 문신이 주축이 됐던 조선왕조 탓이다. 그런데 인류문명사로 보면, 문과 무는 하나의 개념 속에 있었고 인류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였다는 점에서 무의 역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무는 문보다 더 근원적인 인간실존의 문제였다.

도올 김용옥 교수(세명대 석좌·사진)가 오는 10일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릴 한국무예포럼 창립 초청강연에서 이런 내용의 '21세기 한국무예론'에 대한 담론을 펼친다. 김 교수는 미리 작성한 원고를 통해 "문과 무가 시대 상황에 따라 서로 우위를 점하려는 길항적 관계에 있었지만, 인류 문명의 본원으로 올라가면 둘은 대립적으로 이원화되지 않는다"고 했다. 유학도 한대엔 유술로 불렸는데,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 육예를 의미했다. 글씨를 쓰고 천문의 이치를 깨닫거나, 전차를 몰고 활을 쏘는 것이나, 예법을 익히고 악기를 다루는 것이 모두 같은 공부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과거엔 무예가 전쟁과 관련성을 떠날 수 없었지만, 21세기의 무예는 과학과 산업문명으로 인해 인간살상무기가 고도화되면서 무예의 유무로 전쟁의 승패가 갈릴 수 없게 됐다며 시대적 특성을 강조했다. 곧, "무예는 신체 단련의 도라는 원초적인 성격으로 복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무에는 기술적 측면의 '술'과 기술습득이 지향해야 할 추상적 가치의 '도'로 이뤄져 있어 대립하거나 이원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맹술과 허도를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공부(큰 배움=대학)의 출발은 "몸을 닦는 일(수신)에서 시작되며, 신체의 단련이 없는 지식은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무도를 교육의 근본, 국민 건강의 원천, 산업동력의 기본이라고 강조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김 교수는 무예의 상업성을 경고하면서, 그 예로 태권도공원사업에 대해 질타했다. 그는 "대학원대학을 핵으로 하는 국제무술의 학문센터로 태권도의 메카를 만들어야 할 마당에, 천박한 전시 효과와 지자체의 상업적 이윤만을 생각한 공원을 만드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밖에도 상대방을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않는 데서 나오는 무술인들의 파벌이 사라져야 하며, 인격적으로 존경받는 무도장의 사범이 나와야 한다는 등 한국 무예의 환경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