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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종주국에서 영어로? 말도 안돼!

천하한량 2008. 5. 16. 17:49

태권도 종주국에서 영어로? 말도 안돼!

▲청주에서 태글리쉬 도장을 운영하는 김성훈 관장의 지도모습.

 

 지난달 25일 정식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당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냈다.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 초기 교육정책 분야의 ‘태풍의 눈’이었던 ‘영어공교육방안’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최근 “영어실력이 개인,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국민 분위기 조성에 따라 상당수 교육계 전문가들은 타 과목에까지 영어 진행 수업 실시라는 시기가 머지않았다고 전망한다. 이런 영향으로 일각에서는 태권도, 무술 등의 사설 학원들도 자식 교육에 열성인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태권도의 영어진행 수업을 도입해 학부모의 만족을 이끌어내고 있는 신개념 ‘영어태권도’가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태권도라는 운동을 통해 자연적으로 영어회화를 습득할 수 있게 하겠다는 ‘영어태권도’는 경영난에 봉착한 무술도장을 살릴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무카스미디어>가 조명해 본다.

 

‘콩글리쉬’라면 시작도 안했다!

 “태권도사범이 영어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요” 개관초기 경기도 부천에 소재한 ‘영어태권마을’의 박철웅 관장(37)에게 쏟아졌던 조소들이다. 이를 극복하는데 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는 게 박 관장의 회고다.

외국에서 10년 가까운 유학생활을 통해 원어민(native speaker)수준의 영어회화를 구사하는 박 관장은 “처음 프로그램 홍보를 위한 2,3주정도 무료 체험기간이 필요했을 정도였다”며 “학부모들로부터 (태권도 사범의 영어능력 검증) 불신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얘기했다.

 

 개관 후 7개월 동안 뚜렷한 수련생 증가를 보이지 못했던 박 관장의 현재 도장 수련생 수는 150여명을 훌쩍 넘긴 상태. 수련생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 미국 태권도장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것을 영어마을 지도자들은 성공 비결로 손 꼽는다.

짧은 영어문장 몇 개를 외워 가르치는 암기위주 수업 진행방식이 아닌 철저한 체험 영어 습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당초 주먹구구식 영어진행 태권도 수업이 될 것이라는 취재진의 예상을 뒤바꿔 놓았음은 물론이었다.

 

 “walking stance down block(앞서기 아래막기)” “walking stance middle punch(앞서기 몸통 지르기)” 수련생들은 태극1장에 나오는 동작을 한번 틀림없이 영어로 설명하면서 끝마쳐 냈다. 몸으로 배우는 영어 학습, 살아있는 영어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이다. 가르치는 사범 역시 1시간 과정 중 80%이상을 영어로 진행 하는 것은 기본이다.

 

 수련생들의 열정 또한 뜨거웠다. 수련에 한창이던 신민정 학생(녹색띠)은 “친구들과 함께 영어학원 다니는 것보다 훨씬 재밌다”며 “어려운 단어가 나올 때면 조금 힘들죠. 하지만 집에 가면 영어로 태권도하면서 엄마한테 뽐내기도 하는 걸요”라고 방긋 웃어 보였다.

 

▲ 태권도로 배우는 영어회화 태글리쉬 TV방영 영상
 

 이보다 앞서 국내 신조어를 등장시킨 ‘태글리쉬’는 영어태권도 열풍의 원조 격이다. 태권도동작을 설명하는 기초과정부터 주어진 영어회화체 문장을 듣고 답하는 과정까지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었다.

처음 충북 청주에서 ‘태글리쉬’ 도장을 개관 보급하기 시작한 김성훈 관장. 수련생들과 묻고 답하는 태권도 수련 전 과정을 매끄럽게 진행해 나가고 있었다.

 

 실례로 ‘태권도 격파를 통한 교육’에서 김관장이 수련생에게 “what rank are you in Taekwondo?(당신의 태권도 등급은 무엇 입니까?)”라고 묻자 격파 준비 중이던 한 수련생이 “i'm not a beginner and my belt is brown(초보는 아니고 갈색 띠입니다)”라고 대답한다.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어 대화체 문장을 큰소리로 답하는 과정에서 어릴 적부터 영어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시킬 수 있다는 순기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자연스레 영어 발표력 향상까지 가져와 학부모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는 게 태글리쉬 지도자들의 견해다.
- 태권도로 배우는 영어회화 태글리쉬 TV방영 영상 보러가기

 

해외에서는 한국말로, 종주국에선 영어로 가르쳐? 말도 안돼.

 이와 관련, 해외에서 무술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 관장은 “한국어가 빠진 태권도와 합기도는 이미 우리 무예가 아니다”고 전제하며 “태권도와 함께하는 현장감 있는 영어학습 말고도 회화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엄청 많다”고 민족무술에 영어를 결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태권도 이외 다른 무술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상 현상이 유독 태권도에서만 나타나는 원인을 한국인들 만의 유별난‘국민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지난해 태글리쉬 도장을 개관한 한 관장은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의 종교는 영어 아니였냐”고 반문하며 “어린 학생을 둔 학부모들이 영어에 열광하는 분위기 속에 수련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맞춰갈 수밖에 없다”고 도장 설립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 국민들의 영어울렁증이 부른 무술 도장의 변화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또 다른 해동검도장을 운영하는 한 관장은 “현재 유도와 검도 종주국인 일본은 영어로 진행하는 작은 시도조차 없다”며 “한국에서만 국기인 태권도의 영어 진행 수업이 일부 무술도장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련의 상황을 전해들은 많은 무술계의 중진들은 ‘영어태권도’에 대해“한국인들의 영어울렁증을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초등생 학부모들이 무술도장의 근간을 변화시킨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출처: http://www.mookas.com/media_view.asp?news_no=7326

기사제공= 무카스뉴스/ 정대길 기자  press02@mook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