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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태권도시장 ‘오일머니’ 러시아를 잡아라

천하한량 2008. 5. 16. 17:41

신흥 태권도시장 ‘오일머니’ 러시아를 잡아라

▲ 1990년 이규형 사범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한 태권도 첫 세미나 현장

 

 세계에서 영토가 가장 넓은 나라 러시아. 이곳의 태권도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공식적으로 러시아에 태권도가 처음 보급된 것은 1990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이규형 사범(현 계명대 교수)의 세미나에 의해서다.

 

 그 당시 러시아(당시는 소련연방)와 한국은 수교도 맺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태권도가 진출 할 수 있었던 것은 김운용 전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의 역할이 컸다. 당시 IOC 위원이었던 김 전 총재는 소련 IOC 위원에게 한국의 태권도를 경험해 보기를 제안했다. 소련 IOC 위원은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고, 한국은 이규형 사범을 파견한 것이다. 당시 러시아는 ITF 태권도와 가라데만이 보급돼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태권도가 러시아에 처음 소개된 이후 18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한국 사범의 진출은 매우 미비하다. 90년대 초반 러시아는 자본주의가 통하지 않는 공산국가로 경제상황이 좋지 못했다. 당연히 해외 진출을 원하는 한국 사범들은 러시아를 꺼렸다.

 

 1993년 러시아에 진출해 지금까지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는 장선택 사범(36)은 “러시아에 직업적으로 태권도를 가르치러 온 사람은 내가 최초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당시엔 젊은 도전정신 하나만 가지고 러시아의 문을 두드렸지만, 어려운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당시만 해도 해외 진출을 원하는 태권도 사범들은 대부분을 영어권 나라로 가기를 희망했다”며 “내가 러시아로 간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모두 만류했다. 그만큼 열악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러시아 상황은 틀리다”고 덧붙였다.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러시아 

 

 ▲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최대보유국이자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번째로 석유를 많이 생산하는 산유국이다. 두둑한 오일머니를 보유한 러시아는 옐친 전 대통령의 진두지휘아래 1999년이후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최근 5년간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러시아에는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늘고 있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빈부격차이고 다른 하나는 여가생활의 종류다. 영토가 넓어서 인지 러시아인들은 여유로운 여가생활을 중시한다. 무술을 여가생활로 하고 있는 러시아인들은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무술에 대해 육체와 정신건강을 단련하는 여가생활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태권도는 성인은 물론 어린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무술로 손꼽힌다. 러시아 학부모들은 태권도는 아이들에게 무술이상의 교육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

 

 러시아에서 15년 넘게 생활을 하고 있는 유민 무토러시아 사장은 “러시아에선 부모들이 아이들의 탈선을 막기 위해 운동을 적극 장려한다”며 “그중 태권도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운동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태권도 수련인구는 러시아에서 해마다 늘고 있지만, 지도자들의 수준은 제자리 걸음인 경우가 많다. 유민 사장은 “러시아 태권도 사범들 중 상당수가 체계적인 지도자 교육을 받지 못해 주먹구구식으로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태권도 책이나 비디오 영상을 보고 배운 것이 전부인 지도자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러시아 현지 지도자들도 체계적인 태권도 수련법을 갈구하고 있다. 현재 모스크바에서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알렉산드라 사범(42)은 “1990년에 이규형 사범의 세미나를 듣고 태권도에 매료됐다. 이후 한국에도 몇 번 방문해 지도법을 배웠다”면서도 “하지만 불과 몇 일 배운 것만으론 체계적인 지도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러시아에서 만난 태권도 수련생은 물론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한국 사범에 직접 배우기를 희망했다. 최근 한국 사범들을 배척하고 있는 몇 몇 나라들과는 상당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서울 강남보다 비싼 물가.. 태권도장 찾기 힘들어

 

▲모스크바 초,중,고 학교. 건물 안 체육관에서 태권도 방과후 클럽활동이 진행된다. 

 

 러시아는 1999년부터 고유가, 루블(러시아 돈)의 약세, 서비스업 생산의 증가에 힘입어 매년 GDP(국내 총생산)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모스크바의 경우 러시아 전체 GDP의 30%를 넘게 차지하며, 러시아 경제를 이끌고 있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러시아 특히 모스크바의 물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산유국이면서도 한국과 비슷한 기름값. 모스크바 시내 집 가격은 4년 전에 비해 이미 10배 이상 올랐다. 공산품도 대부분 수입 하고 있다. 괜찮은 식당에서 2인이 식사를 한번 하면 10만원은 금방이다.

 

 건물 가격 상승은 임대료 상승을 부채질했다. 보통 임대료가 월 5백에서 천만원이다. 또 계약기간이 1년이기 때문에 건물 주인이 계약을 연장해 주지 않으면 꼼짝없이 길바닥으로 나 앉아야 한다. 이렇듯 비싼 임대료와 까다로운 계약조건 때문에 러시아에서 태권도장을 찾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현재 모스크바 태권도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도장은 3개뿐이다. 그래서 대부분 지도자들은 학교 체육관을 빌려 태권도 수업을 진행한다. 임대료 때문에 어쩔 수없이 방과 후 클럽활동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태권도를 좋아하는 한 러시아 스폰서의 도움으로 자신의 도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는 알렉산드라 사범은 “개인 도장은 학교 체육관보다 시설이나 지도방법이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린다”며 “자신의 도장을 개관하는 것이 모든 러시아 태권도 사범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산하 태권도협회들 한국 사범들 영입 위한 준비 중

 

▲ 모스크바에서 몇 안되는 개인 태권도장 KOROLEV의 러시아 수련생들
 

 위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한국 사범들이 러시아에 진출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사범들은 대부분 20대에서 30대 초반이다. 이들이 러시아에서 자신의 도장을 개관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 그래서 현재 러시아 태권도협회를 비롯해 지역 태권도협회에선 한국 사범들을 영입할 수 있는 제도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모스크바 태권도협회의 경우 숙소, 임금, 계약조건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 준비 중이다.

 

 러시아체육대학 태권도과목 지도교수 겸 모스크바 태권도협회 에브 아렉고르비치 부회장은 “한국 사범을 영입해 모스크바 현지 지도자들은 물론 수련생들에게도 체계적인 교육을 시킬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제도적인 장치를 준비 중이다. 또 한국 지역 태권도협회와 교류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현지 스폰서를 구하는 방법도 있다. 러시아 현지 사정에 밝은 한 고려인은 “러시아 갑부 중에는 무술이나 운동종목에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확실한 실력과 신용이 있다면 스폰서를 구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고 귀 뜸했다.

 

 과감한 투자도 하나의 방법이다. 러시아 뻬쩨르부르크에서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는 장선택 사범은 “러시아에 한국 태권도 수련방법과 교육체계를 가지고 도장을 개관한다면 꼭 성공한다”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 건물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러시아 경제 발전 속도를 생각했을 때 건물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인 사범들의 러시아 진출에 대해 이규형 사범은 “러시아 사람들은 운동을 많이 좋아한다. 또 한번 시작한 운동은 평생을 고집스럽게 하는 편”이라며 “앞으로 러시아에 많은 한인 사범들이 진출해 태권도가 더욱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권도 사범들이 선호하는 해외진출국은 아직까지 영어권 나라다. 하지만 개척자 정신이 강한 사람이라면 러시아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만큼 매력적인 나라이다.

 

출처: http://www.mookas.com/media_view.asp?news_no=7635

기사제공= 무카스뉴스/ 신준철 기자 sjc@mook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