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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2년 작 맹룡과강(猛龍過江)에 출연한 이소룡(李小龍)이 그의 상징이 된 쌍절곤을 겨드랑이에 끼고 있다. / AFP
1993년 제이슨 스코트 리가 주연을 맡은 이소룡 전기 영화 '드래곤'을 보며 팬들은 "차라리 안 만드는 게 나았을 영화"라고 평했다.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제이슨 스코트 리의 둔중한 근육은 철삿줄을 꼬아놓은 듯한 이소룡의 섬세한 근육을 도저히 대신할 수 없었다.
이소룡은 1971년부터 1973년까지 당산대형, 정무문, 맹룡과강, 용쟁호투, 사망유희 5편의 영화를 남기고 우리 곁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그러나 단 3년 동안의 자취로 그는 서구인의 동양에 대한 인식에서 일본을 앞지를 만큼 강렬한 아이콘이 됐다. 간디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제치고 보스니아에 동상이 세워질 만큼 영웅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소룡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이소룡의 이미지를 흐릿하게 할 만한 액션스타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청룽의 재기 발랄한 스턴트 묘기도, 장 클로드 반담의 파워 넘치는 발차기도, 토니 자의 화려한 몸짓도 우리 머릿속에서 이소룡을 희석시키진 못했다.
뮤지컬로, 영화로, 혹은 제3의 매체로 '이소룡'이란 상품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철저하게 경제학 법칙을 따른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이소룡의 희소가치 때문이며, 이소룡을 가장 정확하고 섬세하게 재현하는 작품이 가장 많은 이윤을 얻게 될 것이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몇 년 전 출간된 이소룡 어록집 '이소룡 자신감으로 뚫어라'에는 액션영웅이 아닌 인간으로서 치열하게 살다간 철학자 이소룡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소룡은 워싱턴 주립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영화 촬영 틈틈이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제임스 알렌 등이 쓴 철학서적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독서광이었다.
그 자신도 아포리즘이라는 형식으로 독특한 철학세계를 남겨놓았다. 그의 철학을 요약하자면 형식이나 시스템에 얽매이지 말고 자기실현과 자신표현을 위해 지금 이 순간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라는 것이다. 또 이소룡은 서구사회에서 동양인으로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몸부림쳤던 무예가이자 영화인이었다.
원래는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단돈 100달러를 들고 입성한 미국에서 이소룡은 주류사회와는 거리가 먼, 편견에 시달리는 왜소한 동양인일 뿐이었다. 예민하고 자존심 강한 청년 이소룡에게 용의 기운처럼 솟아오르는 자기표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육체를 통한 자기실현뿐이었다. 이준구 사범과 정창화 감독과의 우정도 이 같은 맥락에서 싹텄다
'서부 영화에서는 오로지 총만을 다루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다룰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육체로써 표현될 것이다.'
'배우는 감독의 지시대로 자신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배우로서의 지명도 때문에 나는 어느 정도 제작에 관여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나는 다른 사람의 '작품'에 훼방을 놓는 게 싫다.'―'이소룡, 자신감으로 뚫어라, 중에서.
이소룡은 개인 영화사 콩코드를 설립하고 맹룡과강을 직접 연출해서 큰 성공을 거둔 뒤 그야말로 커다란 희열에 휩싸인다. 그래서 쉴 틈 없이, 사망유희의 제작에 들어가지만 워너브라더스와 맺은 계약 때문에 용쟁호투에 먼저 출연해야 했다.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거대 시스템 속으로 빨려들어간 이소룡이 받았던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이소룡이 용쟁호투의 녹음작업 직후 급사한 원인을 스트레스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죽기 불과 며칠전 이소룡은 할리우드의 거대 제작 시스템이 아닌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미국 박스오피스 1위작인 '죽음의 다섯손가락'을 만들어냈던 정창화 감독과 만났다. 이소룡과 정창화 감독이 실제로 함께 작업을 했었다면 도대체 어떤 액션영화가 탄생했을까? 그 파장은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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