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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곡물값 뛰는데… 세계5위 수입국 한국은 괜찮나

천하한량 2008. 4. 4. 15:05
국제 곡물값 뛰는데… 세계5위 수입국 한국은 괜찮나
밀ㆍ옥수수 비축량 두달치 못미쳐 불안
주요곡물 수급 차질땐 식량안보 적신호

◆ 세계5위 수입국 한국은 괜찮나 ◆

글로벌 곡물파동으로 세계 각국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발 쌀값 폭등까지 터져 5월 인도분 쌀은 2일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100파운드당 20.26달러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쌀을 비롯해 우리의 주요 곡물 수급에 문제가 없는 것인지 염려하는 시각이 많다.

결론적으로 3월 말 현재 올해 수입해야 할 곡물량의 51% 정도를 확보한 상태라 올해 상반기까지는 수급에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주요 곡물 생산국들이 수출량을 통제하고 작황 부진이 이어지는 등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 국내 식량 확보에 비상등이 켜질 전망이다.

◆ 밀,옥수수 소비 갈수록 늘어

= 쌀 보리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곡물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70년대 이래 꾸준히 줄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1980년 1인당 연간 주요 곡물 소비량은 195㎏이었으나 90년에는 167㎏으로, 2000년에는 153㎏, 지난해에는 131㎏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쌀의 경우 80년 1인당 연간소비량은 132.4㎏이던 것이 90년 120㎏, 2007년 77㎏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보리도 1인당 연간 소비가 80년 13.8㎏에서 90년 1.6㎏으로 급감한 후 지난해에는 1.1㎏에 그쳤다. 반면 밀 옥수수 콩 소비 물량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밀은 80년 1인당 연간 소비량이 29㎏이었으나 90년대 들어 30㎏대를 넘어선 후 2006년에는 32㎏, 2007년 33㎏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처럼 국내 소비가 갈수록 줄고 있는 쌀은 국내 생산이 넘쳐 재고가 급증하는 반면, 소비가 늘고 있는 밀과 콩, 옥수수 등의 국내 생산은 아주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점이다. 쌀 자급률은 95.3%에 달하며 매년 80만여 t이 재고로 쌓이고 있다. 반면 밀 자급률은 0.2%에 불과하다. 거의 다 수입해 먹는 셈이다.

밀 콩 옥수수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우리나라는 한 해 1400만t의 곡물을 사서 먹는 세계 5위 곡물 수입국이 됐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7.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낮다.

◆ 앞으로 2~3개월분 확보

= 쌀은 정부가 직접 매입해 관리하면서 시장수급에 따라 방출하지만 밀과 옥수수 등 다른 곡물은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수급관리를 하고 있어 국제시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전체 수입 곡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옥수수는 사료용 수요가 연간 740만t, 식용 210만t인데 3월 말 현재 사료용은 수요량의 74%인 554만t(사료협회 370만t, 농협사료 150만t), 식용은 29%인 61만t이 확보됐다. 곡물가 폭등의 시발이 됐던 밀은 한 해 동안 국내 수입 수요량이 식용 230만t, 사료용 110만t이다. 이 중 식용은 전체 수요의 50%에 가까운 118만t을 확보해 6월까지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료용 밀은 전혀 확보가 안됐다. 이에 따라 옥수수 등 다른 작물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연간 120만t 정도인 콩 수입 수요량은 사료용이 90만t, 식용이 30만t 내외다. 현재 콩의 경우에는 식용 19만t(63%), 사료용 75만t(83%)이 확보됐다.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정책단 관계자는 "민간 업계에서 보통 3~6개월분을 미리 확보하는 관례로 볼 때 현재 확보 물량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최근에는 국제 밀값이 조금 하향세여서 이 정도 상황이라면 하반기 물량 확보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곡물 수급 불균형 이어지면 문제

= 그럼에도 주요 수입 곡물의 현재 국내 보유량(국내에 들여와 쓰고 남은 비축량)은 1~3개월 수준이라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 곡물 공급에 차질이 이어질 경우 식량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현재 밀의 국내 비축량은 식용이 33만t으로 1.7개월분에 불과하고 옥수수 수입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료용 옥수수의 비축물량은 107만t으로 1.7개월 분량밖에 안 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연간 소비식량 대비 18~19%는 비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최소한 두 달치 분량을 확보해야 비상시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병률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는 곡물 소비량 중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므로 두 달치보다 훨씬 더 여유 있게 비축해야 국제상황 변화에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곡물가 급등은 중국, 인도 등이 고성장을 달성한 데 따른 소비구조 변화 때문에 생긴 것으로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식용은 물론 연료용, 사료용까지 곡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생산국은 한정돼 있어 국내 수급에도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