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주가 급락 금융시장 ‘공황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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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이 14일 ‘패닉(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11일(거래일 기준)째 오름세를 지속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0원에 바짝 다가섰다. 시중은행이 고객에게 달러를 팔 때 적용하는 고시환율은 달러당 1010원을 넘어섰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로 장중 한때 1600선이 무너졌다. | 관련기사 13면
미국발(發) 신용경색 우려로 주식·원화 값이 동반 급락세를 보이며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이다.
◇ 원·달러 환율 급등세 지속=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0원 돌파를 눈 앞에 두게 됐다. 외환당국이 환율상승을 묵인하면 1500원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 급등세로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거나 외화대출이 많은 기업, 해외에 자녀를 유학보낸 기러기 부모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90원 폭등한 달러당 997.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1일간 60.80원이나 폭등하면서 2006년 1월4일(998.50원) 이후 2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일 대비 상승폭은 북핵 실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지난해 10월9일 수준(14.80원)을 넘어선 것으로 2004년 12월8일(17.00원) 이후 3년3개월 만에 최대다.
일반 고객이 시중은행에서 달러를 살 때 적용되는 현찰 매도환율은 달러당 1014.75원을 기록하면서 전날 1000원을 넘어선 데 이어 1010원대로 올라섰다.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14.87원이 급등한 100엔당 995.30원으로 2005년 1월27일(995.50원) 이후 3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자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단기간의 환율급등은 반드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지금처럼 한 쪽으로만 쏠리게 되면 위험요인이 있다”며 구두경고에 나섰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일제히 달러화 매집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외환당국의 경고도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코스피지수 한때 1600선 붕괴=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36포인트(0.95%) 떨어진 1600.26으로 거래를 마쳐 이틀 연속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도 4.10%(0.66%) 하락한 617.71에 마감됐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한 차례도 1700선을 넘기지 못하는 부진에 빠져있다.
미국 뉴욕 증시의 소폭 반등 소식에 오름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1638까지 올랐다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물량을 쏟아내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오후에는 세계적인 금융그룹인 칼라일 캐피탈의 부도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중국의 금리 인상설이 퍼지면서 낙폭이 커졌다. 코스피지수는 오후 1시10분쯤 1600선이 무너지자 투매 양상이 빚어져 1시47분쯤 1578.45까지 하락했으나 기관과 개인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장 막판 낙폭을 줄였다.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54% 떨어진 것을 비롯해 대만 가권지수(-0.6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21%) 등도 약세를 보였다.
◇ CD금리 사흘째 상승=이날 채권시장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상승한 5.23%에 마감됐다. 올 들어 급락세를 보이던 CD 금리는 이번주에 상승세로 반전돼 3일 연속 0.06%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다음주부터 적용되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두 달 만에 처음으로 0.04~0.06%포인트씩 오를 전망이다. 반면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 0.03%포인트 하락해 연 5.28%를 기록했다.
〈 안호기·김준기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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