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가 추락하고 있다. 60여년간 유지해온 세계 기축(基軸)통화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반면 중국 위안화와 유로화가 갈수록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27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대비 미 달러 환율이 1유로당 1.5달러를 넘어섰다. '1유로=1.5달러'가 된 것은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처음이다.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이 고점(高點)을 쳤던 2000년 10월에 비하면 달러 가치가 7년여 만에 반토막 난 셈이다. 미 달러화 가치의 급락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약해졌다는 뜻이다.
중국 위안화는 가파르게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은 27일 현재 1달러당 7.15위안으로, 작년 초(1달러당 7.80위안)에 비하면 9%가량 절상됐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 위안화 절상을 완강하게 거부해왔다.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최근 태도가 달라졌다. 위안화 절상을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을 만큼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 이에 따라 국제 금융가에선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달러 패권시대 저무나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급락한 것은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가 침체양상을 보이는데도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 우려가 커진 것이 원인이 됐다.
미국경제의 침체를 알리는 징표들이 이날 집중적으로 발표됐다. 미국의 2월 소비자 신뢰지수(경기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는 5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지난해 미국의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8.9% 하락, 1988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상승 여파로 전년대비 7.4%나 급등, 2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MF 글로벌'의 마켓 애널리스트 앤드루 브레너는 "인플레이션이 통제 범위를 넘어서면서 미 경제에 자신감이 사라진 듯 보인다.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달러화 가치 급락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근본 이유는 미국 경제의 쇠퇴에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 정부는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있다. 반면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은 날로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리 인하는 유동성(현금흐름)을 늘려 돈의 희소성을 훼손하고, 물가상승은 그 자체로 돈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최근 미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표시 주식과 채권 매입을 꺼리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는 것도 달러화 가치 추락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프 글래드스틴(Gladstein) AIG 글로벌 외환전략가는 "달러화 매도 심리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면서 "조만간 1유로당 1.51달러선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급락한 것은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가 침체양상을 보이는데도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 우려가 커진 것이 원인이 됐다.
미국경제의 침체를 알리는 징표들이 이날 집중적으로 발표됐다. 미국의 2월 소비자 신뢰지수(경기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는 5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지난해 미국의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8.9% 하락, 1988년 이후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상승 여파로 전년대비 7.4%나 급등, 2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MF 글로벌'의 마켓 애널리스트 앤드루 브레너는 "인플레이션이 통제 범위를 넘어서면서 미 경제에 자신감이 사라진 듯 보인다.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달러화 가치 급락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지만 근본 이유는 미국 경제의 쇠퇴에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 정부는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있다. 반면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은 날로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리 인하는 유동성(현금흐름)을 늘려 돈의 희소성을 훼손하고, 물가상승은 그 자체로 돈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최근 미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표시 주식과 채권 매입을 꺼리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는 것도 달러화 가치 추락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프 글래드스틴(Gladstein) AIG 글로벌 외환전략가는 "달러화 매도 심리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면서 "조만간 1유로당 1.51달러선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위안화의 약진
추락하는 달러화 위상과 반대로 중국 위안화는 약진하고 있다. 최근 급격히 절상되고 있다. 올 들어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2.2% 상승했고, 작년 초 이후로는 9%가량 절상됐다.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꿈쩍도 않던 중국이 태도를 바꾼 것은 통화가치를 웬만큼 올려도 수출에 지장이 없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 시점에선 위안화를 절상하는 것이 자국 경제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즉, 중국 정부는 ①수입물가를 떨어뜨려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고 ②위안화 수요를 줄여 금융긴축 효과를 거두고 ③한계기업을 정리해 산업구조 고도화를 달성하기 위한 다목적 카드로 '위안화 절상'을 활용하고 있다.
게다가 위안화 절상은 '위안화의 기축통화 전략'에도 도움이 된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대량 발행하는 등 위안화를 세계 기축통화로 키우려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다. 또 최근엔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대한 공격적 지분 투자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구축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유로화 창설의 주역인 폴 드 그라위 벨기에 루뱅대 교수는 최근 중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의 쇠퇴 등을 감안할 때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는 약화되는 대신 유로, 위안 등 다른 통화가 혼용되는 다극화 통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Rogers)는 "향후 20년간 위안화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화폐가 될 것"이라며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라"고 조언하고 있다.
◆달러 패권 오래간다는 반론도
하지만, 글로벌 금융불안이 해소되면 달러화 급락추세가 진정될 것이고,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패권시대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27%(GDP 기준)에 달하는 데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지배력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연구원은 "달러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것이지,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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