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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리 인하 약발이 안먹힌다

천하한량 2008. 2. 27. 23:57
미경제를 살리려는 미국의 통화당국이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금리는 신속하게 큰폭으로 내렸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고 오히려 채권의 장기수익률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들어 지난 1월 두차례에 걸쳐 10일만에 연방기금금리를 4.25%에서 3.0%까지 공격적으로 인하하며 미경제를 구할 강한 의지를 보였다. FRB는 지난해 9월 이래 연방기금금리를 2.25%포인트나 인하했다.게다가 최근까지만해도 버냉키FRB의장은 의회 증언에서 미경제가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며 추가금리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이 때문에 미 금융시장은 오는 3월18일 열리는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0.5%포인트 추가 인하될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감이 갈수록 불투명해 지고 있다. 경기도 갈수록 부쩍 안좋아 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도 점점 커져 FRB의 추가금리인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선 이미 인플레 심리가 반영되고 있다. FRB가 미연방기금금리를 0.75%포인트 금리를 내린 지난 1월 22일 이후 30년 미채권수익률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4.28%에서 4.67%로 올랐다. 인플레때문에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란 투자자들의 우려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금리를 내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려는 FRB의 의도가 설득력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 모기지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30년 고정모기지 금리가 지난 1월 21일 5.49%에서 27일 현재 6.09%로 올랐다. 금융당국이 단기정책금리 인하를 통해 주택시장을 살리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두툼하게 유지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빗나가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토록 금리인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고 손을 놓고 있기에는 미경제 사정이 다급하다. 미경기가 침체에 빠질 경우 과거보다 기간도 길고 고통도 훨씬 클 것이란 학자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26일 런던에서 블룸버그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주택시장 붕괴로 소비지출이 약화되는 가운데 침체에 빠진 듯하다고 말했다.이에 앞서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이나 또 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등도 미경제에 침체가 올 경우 그 강도가 과거에 비해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들의 경고에 따라 경제를 살리자고 과감히 나설수 없다는 것이 FRB의 고민이다. 인플레이션 압력때문에 금리인하 약발이 시장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은 26일 미국 노동부 발표자료에서도 밝혀졌다. 지난달 도매물가는 경제전문가들이 예상한 0.4%의 배가 넘는 1% 상승했다. 지난 12개월간의 도매물가는 무려 7.5%나 올라 26년만에 최고의 도매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 통화당국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해야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고개를 들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는 진퇴양난의 협곡에서 미 통화당국이 어떤 곡예비행을 할지 주목된다.

이와관련, 27일 오전 10시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출석하고 이튿날인 28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하는 버냉키 의장의 입을 지켜 보는 것은 미국의 추가금리인하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경인터넷 한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