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되살아난 스태그플레이션 망령 | |||||||||
美, 70년대 물가급등·경기침체 닮은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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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11월 17일. 영국 재무장관이었던 이언 맥클로드는 하원에 나가 의원들에게 당시 경제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최악의 두 단어가 있다. 하나는 인플레이션(inflationㆍ물가상승)이고 또 하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ㆍ침체)이다. 문제는 둘이 함께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상황에 놓여 있다. 참으로 (새로운)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경제용어는 이렇게 탄생했다. 당시 경제학계를 주름잡고 있던 케인스학파 경제학자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경제상황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높은 실업률(바꿔 말하면 경기침체)에서는 전형적으로 물가가 낮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때까지만 해도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시중에 돈을 풀거나(통화팽창정책), 정부가 도로건설 같은 각종 국가사업을 펼치는 방식(재정확대정책)을 통해 경기를 되살릴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유가급등 같은 갑작스러운 외부요인으로 초래된 물가상승은 70년대 경기침체와 함께 벌어져 사람들 고통을 가중시켰다. ◆ 되살아나는 망령 = 스태그플레이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0일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이 1.3~2.0%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 상반기에 미국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다는 예측을 내놨다. 미국 연준리의 과감한 금리 인하와 1680억달러 규모 부시 행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이 효력도 발휘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침체(리세션) 가능성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같은 날 미국 노동부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비 4.3%까지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경기는 침체되는데 물가마저 급등하는 최악의 경제상황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악몽이 27년 만에 엄습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 경제학자는 최근까지도 리세션으로 착각 또는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 유가가 울렸던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 사람들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두려워하는 것은 70년대 기억 때문이다. 1973년과 1979년 불어닥친 중동발 오일 쇼크는 당시 세계 경제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73년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면서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9달러 수준이던 석유가격이 불과 1년 만에 10.7달러로 여섯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원유 쇼크로 미국 경제는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소비자물가는 매년 11%씩 뛰어올랐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1차 오일쇼크 당시 12%씩 성장하던 한국경제 성장률이 단숨에 6%대로 주저앉았다. 원유값 폭등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한국 정부는 중화학 공업에 집중적으로 돈을 쏟아 부었다. 원유값 급등에 재정지출까지 확대되자 소비자물가는 한 해 25%씩 2년 연속 폭발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두 배가 훨씬 넘었다. 2차 오일쇼크는 더 심각한 양상을 초래했다. 호메이니를 지도자로 내세운 이란 회교혁명과 함께 이란ㆍ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면서 79년 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유가는 배럴당 13.0달러에서 80년 35.7달러로 거의 세 배 가까이 치솟았다. ◆ 기대심리가 최악 상황으로 몰고 가 = 1차 오일쇼크를 경험했던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기대 아래 물건 사재기와 함께 대규모 시위를 벌여 명목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가 확대되면서 인플레가 인플레를 부르는 악순환이 거듭된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실제 인플레이션 수치와 함께 기대 인플레이션 부분을 걱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2차 오일쇼크와 함께 80년 경제성장률이 -0.2%로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13.5% 급등했다. 높아진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가 오히려 경제 불안을 증폭시켰다. 한국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5ㆍ18 광주항쟁 등 사회 불안마저 겹치면서 80년 물가는 한 해 28.7%나 폭등했는데 경제는 오히려 -2.2% 성장했다. 사실 70년대와 현재 상황을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로 빠져드는 가운데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는 현재 상황과 70년대 오일쇼크 충격은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고 해도 이것은 일시적인 상황에 불과하며 결국 경기와 물가가 함께 하락하는 리세션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경제학자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용 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네이션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경기불황 속 물가가 오르는 상황을 말한다. [이근우 기자 / 송성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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