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귀금속상가, 금값폭등에 점포 70% 문닫을 판 | ||||||||||||||||||
손님끊긴 세계 최대규모 | ||||||||||||||||||
단성사 인근에 있는 J귀금속도매상가에 들어가 보니 입구 매장부터 텅 비어 있다. 빈 유리 부스에는 '임대문의'라는 빨강 글씨의 종이 한 장이 달랑 붙어 있다. 상가 내 30여 개 매장 중 손님과 흥정하고 있는 곳은 서너 곳에 불과하다. M금은방 주인은 "30년간 장사를 했지만 요즘처럼 손님 발길이 끊어진 적은 처음"이라며 "일주일에 서너 개도 못 파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 매출 급감에 점포 매물 속출 = 종로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K씨는 "가게에 손님이 너무 안 든다. 매장 10곳 중 7곳은 문 닫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그는 "이 장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으니 거래는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에 위치한 H귀금속도매상가와 K귀금속도매상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파는 사람 외에 방문객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한 매장에 들러 금반지 1돈(3.75g)에 얼마냐고 물어보니 13만1000원이라고 한다. 불과 일주일 전 12만원 하던 것이 이렇게 오른 것이다. 그것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금 시세가 하락한 탓에 요 며칠 새 2000원 내린 게 그렇다. 2~3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나 오른 가격대다. 지영근 다보석 대표는 "이틀 동안 한 개도 팔지 못했다"며 "외환위기 때보다 더 장사가 안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종로 귀금속 거리에서 20년 가까이 장사를 해 일명 '종로통'으로 불리는 심의종 정우사 대표는 "금은방 경험이 올해로 20년인데 이렇게 혹독하기는 처음"이라며 "매출이 2년 전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금 가격이 오르니 루비나 진주 같은 다른 귀금속류 가격이 오르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고 되받았다. 옥과 진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월석당 관계자는 "다른 귀금속류도 세공할 때 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금 원가가 오르면 당연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금이 오르니 다른 보석류도 사정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 귀금속 유통경로는 크게 금 수입업체, 주얼리 제조회사, 도매업자, 소매업자, 소비자 순으로 전개된다. 사치품이라 마진이 많이 남을 법도 한데 요즘은 다른 공산품과 비교해 더 박하다. 지난 18일 기준 금 3.75g 국제 시세는 10만1000원이다. 금 수입업자는 금 원석을 수입해 이를 세공업체에 넘기고 가공 과정을 거친 금반지는 11만990원에 도매상에 넘겨진다. 소비자에게 넘겨지는 가격이 13만1000원인데 부가가치세 10%, 카드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도ㆍ소매업자가 갖는 마진은 각각 5% 남짓에 불과하다. 물론 5만원짜리 금반지를 팔아 2만원을 남기던 시대도 있었지만 다 옛날 얘기다. 요즘은 손해 안 보면 다행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귀금속업계를 떠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한 귀금속 매장 업주는 "2년 전만 해도 한 달에 500만~600만원은 가져갔는데 요새는 200만원도 가져가기 힘들다"며 "생계를 위해 업종을 바꾸고 종로 거리를 뜨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명품 반지는 영향 없어 = 금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돌반지 수요가 사라지고 귀금속 제조업자들도 수지가 맞지 않아 돌반지를 만들지 않지만 명품 반지 등 고가 보석 판매는 별 영향이 없다. 평창동에서 고가 보석을 판매하는 J사장은 "1000만원이 넘는 보석을 사는 고객은 금값이 올라 몇 돈이 더 들어갔다고 살 물건을 안 사지는 않는다"면서 "금값이 올라도 큰 고객에게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까르띠에, 불가리, 티파니 등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는 백화점 고가 보석 매장도 이 같은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신현민 신세계백화점 보석 바이어는 "명품 브랜드들은 재료비가 올랐다고 가격을 바로 올리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이 금값 인상에 대해 체감하지 못해 수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금 수요에도 양극화 골이 깊게 패어 있는 셈이다. [김지미 기자 / 이명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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