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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40년 더 있어야"

천하한량 2007. 12. 13. 16:18
미국의 저명한 환경운동가이자 원유 유출 사고 전문가인 리키 오트(Riki Ott·53·사진) 박사는 12일 캘리포니아 오제이에서 본지의 전화를 받고 “눈에 보이는 기름 띠는 앞으로 장기간 지속될 막대한 피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알래스카 어민 출신인 오트 박사는 1989년 미국 알래스카 앞바다에서 엑손 발데즈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방제 작업에 참여했으며, 이 사건의 전말을 다룬 책 ‘건전한 진실과 기업의 신화’(Sound Truth and Corporate Myths·1991년)와 ‘한 방울도 안 된다’(Not one Drop·2008년 1월 근간)로 언론과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주민들과 함께 환경단체를 만들어 활발하게 복구 사업을 벌였고, 워싱턴 대학에서 해양 오염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 환경운동연합 초청으로 방한해 씨프린스호 피해 어민들을 만나기도 했다.

―원유 유출 피해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나.

“엑손 발데즈 사고 후 18년이 흘렀지만, 과학자들은 바다가 사고 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아직도 40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전망한다.”

―현 시점에서 가장 주의할 점이 무엇인가.

“이런 사고는 크게 세 가지 피해를 준다. 첫째, 환경 피해가 있다. 둘째, 지역 주민들이 오랫동안 엄청난 충격에 시달린다. 엑손 발데즈호 피해 주민들은 상당 기간 동안 알코올 중독, 가정 불화, 가정 폭력 빈도가 일반인보다 매우 높았다.

셋째, 서해안 사고 보도 사진을 보니 방제 요원들의 건강이 걱정스럽다. 원유에는 PAHs(다환 방향족 탄화수소)라는 유해 성분이 들어있는데 장기간 이 물질에 노출된 동물은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알래스카 해달들이 집단 아사(餓死)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운동성과 체력이 떨어져서 먹이를 충분히 잡아 먹지 못한 것이다. 요원들은 6~8시간 방제 작업을 하고 나면 원유 냄새가 닿지 않는 내륙에 보내 이틀간 쉬게 해야 한다. 해변에 의사를 배치해서 방제 요원들이 두통·어지럼증·호흡기 장애 등을 일으키지 않는지 모니터링 해야 한다.”
―수산물 피해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원유에 직접 오염되지 않은 먼 바다에서 잡는 생선은 먹어도 괜찮다. 그러나 기름 띠가 밀려온 해변에서 나는 수산물은 위험하다. 특히 어패류는 유독 성분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알래스카에서는 사고 후 2년간 어민들이 수산물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정부가 유독 성분 함량을 모니터링 했다. 주민과 정부가 협력해서 물고기를 잡아도 되는 해역과 그렇지 않은 해역, 유조선이 지나가도 되는 해역과 절대 통과할 수 없는 해역을 설정했다.”

―피해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주민들이야말로 바다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 알래스카에서는 어민, 관광업소 주인, 원주민 등이 모여 자치 기구를 만들었다. 이들이 과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각종 방제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했으며, 사고를 낸 기업이 상당 부분 자금을 댔다. 정부가 ‘3~5년 안에 주민들과 합의를 보라’는 식으로 시한을 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들이 물질적·정신적으로 더욱 피폐해진다.

씨프린스호 피해 어민들을 만났을 때 가슴이 아팠다. 사건 이후 10년이 지났는데도 그들은 고통 받고 있었다. 한국어를 몰라도 그분들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고통이라는 언어는 세계 공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