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국민 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정말 가난 했어~
점심을 먹기 위해서 변도라는 것을 싸왔는데.
반찬이라는 것이 고작 고추장에 고추였어.
아이들은 고추장에 고추를 꾹꾹 찍어 먹고,
나는 고추를 싫어하니까 오이를 찍어먹었지...
배고 풀 때라 고추장에 찍어먹는 오이도 맛이
괜찮더라구~
소금에 저린 짠 멸치만 먹는 것도 좀 그렇고해서
나름대로 도시락 반찬 메뉴를 바꿔 본거야 .
그런데 칼이 있어야지~
부엌의 큰 식칼을 가방에 담았지.
텃밭에 오이 몇 개를 따다 담고... 그리고 등교.
점심시간이 되니 어김없이 싸이렌이 울리다군...
에~에~엥~~
(알고보니 이게 전쟁 산물이야 재고품을 학교에서 쓴 것이지)
아이들은 일제히 책상을 두두리고.
“두두두두~”
그리고 각자 변도를 여는데. 시골 촌놈들의 반찬 별거있겠어?
나도 가방을 열고 준비한 것 꺼냈지.
보리쌀 많이 섞인 변도, 고추장, 오이, 수저 그리고 큰 식칼!
그 칼로 오이를 깍았어.
“쓱 쓱 쓱...”
요즘처럼 조그만 칼이 있어야지~
생각해보니 참 무식도 했어...
그 큰 식칼로 오이를 깍았으니...
그것도 요즘처럼 세련된 스덴칼이 아니었어~
숯 돌에 갈아 쓰는 돼지 잡는 칼이었지.
어휴~
만일 요즘 그렇게 식칼을 가방에 넣고 학교가다
전경에게 걸려봐.
조서 받으러 경찰서로 몇 번이나 끌려갔을 거야.
“왜 칼을 가방에 담았는고?”
“폭력조직 아이가?”
“혹시 연계된 조직책이 없는가?”
“아니라니까요?”
“오이 깍으려고 했어요?”
“자슥, 거짓말 말아~ ”
“오이 깍으려고 식칼을 가지고 다니는 녀석이 어디 있어?”
“솔직히 말해”
“아니라니까요~ 사람 환장 하겠네유~”
그렇게 가난하게 살았다는 거지.
한 번은 근옥인가 누군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고추장 싸온 밥그릇을 바닥에 엎어버렸어...
그리고 주어 담으며 하는 말;
“아~ 고추장에 밥 비벼먹으려 했는디~~”
그 겸언 쩍어 하던 모습이 지금도 아주 생생해...
“아 옛날이여~”
그 아는 변도가 없어서 놋주발에 밥을 담고 옆 구텅이에
고추장 종지를 찔어 넣어 보자기에 싸왔거든...
그런데 밥그릇이 둥그러니까 책상이 흔들릴 때
그냥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거야~
떼구르르르....르.....톡!
우리들의 어린 시절은 이러했어.
나는 반찬 중에 오징어고추장 무침을 좋아했는데.
대게는 간장에 저린 짠 멸치(얼마나 짜던지), 콩자반이나
닥광이나 김치. 게란은 고급이었고. 그리고 참 깻입.
하이튼 그랬어.
그랬는데
한번은 담임 선생이 수업시간에 강원도에 사는
산골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거야.
점심 시간이 되었는 데 그 아들은 변도를 안 꺼내고
밖으로 들 나거더라는 거야.
그러더니 여기 저기 앉아서 뭘 꺼내 입에 대고
하모니카 불듯이 쓱 흩어 내리더라는 거야.
옥수수 하나 꺼내서 흩어먹고 껍데기는 집어던졌는데
그것이 바로 그 애들의 점심이래.
그 이야기 듣고는 안됐고 불쌍한 생각이들었어~
“강원도산골에는 아직 변도도 못 싸오는 아이들이 있구나!”
월향리에 사는 나는 부자인 듯 생각이드는 거 있지?
나도 고추장에 오이 찍어먹으면서~~~
부는 상대적인 모양이야~”
마음에 달렸다는 거지 뭐~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반찬투정들 많이 한다 하지?
없어서가 아니라 입맛이 없어서~
세상에는 두종류의 사람들이 있어
없어서 못먹는 사람, 있어도 맛이 없어 못먹는 사람.
벵글라데쉬는 아직도 한끼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데~
2년 전에 가보았어...
너무 없어서 입을 다물고살아.
조용히.... 그들의 삶의 방식이야~
그들에게 1달라는 아주큰 돈이야.
마음 아프지만 ...
나는 그들에게 1달라를 나눠주면서
부자 행세를 하고 왔어.
지금 생각하면서도 눈물이 나려해~
그들의 가난, 나의 어리석음...
그래도그들의 행복지수는 우리보다 낫다고하지?
친구들, 우리는 우리의 어려웠던 날을 결코 잊지 말아야할거야
어려웠던 그시절 그래도 해맑고 아름다웠어~
오늘날 보다도...
오늘날 보다도...
그런데, 혹시 집에 아직도 그 변도 있는지 모르겠네~
-바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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