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우리가 국민하교를 입한 때가 45 년전 쯤 되었지?
참으로 세월이 빨라~
어느 날 면사무소에 근무하시던 아버지가 가방을 사오셨어.
가죽으로 된 좋은 가방이었지.
시골에서 아무나 멜 수 없는 어깨 끈 있는 가방이었는데...
나는 그 가방이 너무나 싫었어.
나만 튀는 것이 너무 창피한거야.
다른 애들은 모두가 책보에 책을 싸서 메고 다니는데
왜 나만 가방을 메고 다니느냐고 심술을 부렸지.
나는 매 일 가방을 메고 학교를 갈 때마다
입을 쑥 튀어 내보내곤 말했어.
“나도 책보 메고 싶단 말이야~~”
식구들은 가방이 얼마나 좋은 것인데 그러냐고
다들 한마디씩 하였지만 그 소리가 하나도 안 들렸어.
그 당시 우리들의 학교생활은
책보를 펴는 것으로 시작되었고,
책보를 싸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곤 했지.
"책보 싸!"
수업 끝이라는 뜻이지~
얼마나 좋았겠어~
방과 후 종례시간이 되면 저마다 책보를 펴고
책을 싸서 둘러메느냐고 난리였던 기억이 나.
그 때 나는 옆에서 무척 부러운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곤 했어.
특히 쌍지리 아이들은 책보도 세련되게 잘 쌌지,
손이 안보일정도로 빨리 풀고, 빨리 싸고
그리고 척 어깨에 둘러메곤 했어.
대게 남학생들은 어깨 쪽에서 허리로 메었고,
여학생들은 허리에 찬 것으로 알고 있어.
그리고는 삼삼오로 걷기도하고 달리기도하며
각자 마을로 흩어졌어. 먼 곳 아이들은 신발 벗고 뛰기도 하고...
내 눈에는 그렇게 책보를 둘러메고 달리는 아이들의 뒷모습들이
군인들처럼 씩씩하고 멋있어 보인거야.
그런데 나는 멋이 없었어.
늘 가방 뚜껑 열고 책을 쑥 집어넣기만 하면 다야.
단추만 끼우면 모든 것이 싱겁게 끝나~
“ 체! 재미가 하나도 없고~”
“나는 언제나 한번쯤 책보에 책을 싸가지고 다닐까?”
그것이 소원이었어.
결국 엄마를 졸라 책보 하나를 얻었지.
그리고 나도 마침내 책보를 메어보게 되었어.
둘둘 말아 쌓기 시작했지...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싸는 책보는 잘 안 싸졌어.
책보가 너무 뚱뚱했어.
거기다가 도시락까지 넣으려하니 이리 뿔룩 저리 뿔룩하는 거야.
폼이 하나도 안나~
쌍지리 아이들은 책보가 얇고 아주 세련되었는데...
도대체 그 애들은 어떻게 싸는 거지 궁금했어.
결국은 한번 메고는 포기하고 말았지.
그 다음에 그 가방이 떨어진 후에는
어떻게 다녔는지 생각이 안나.
책보를 메고 다닌 것 같지도 않고,
그런 가방을 계속 메고 다닌 것 같지도 않고~
다만 기억나는 것은 책보 메는 아이들이 멋있고 부러웠다는거야~
나는 쪽 팔렸고~~
(몇 편 더 올립니다)
-바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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