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길
시/ 조 정희
걸어오신 길 하도 멀어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습니다.
흙먼지 이는 험한 돌짝밭이라도
어머니와 함께라면
한걸음에 달려갈 수 있었던
길이었는데, 이제는
그만 보내드려야 할 때라고요.
비바람 치며 물안개 자욱해
어디가 길인지 분간이 안 설 때
어머니, 그 이름 부르면
어느새 앞이 환해지더니
떠나가신 그 멀어진 길을 향해
눈물진 안녕을 고할 때라고요.
갈 길을 몰라 헤멘적이 있습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해 우왕좌왕,
이 세상에 오직 나 혼자인것처럼
외로울 때, 어머니-
당신의 이름 찾으면,
불안이 자신감으로, 쓸쓸함을
지혜로움으로 바꿔주시더니
이제 어디서 그런 힘 얻으리오
보고싶다고 외쳐보아도
그립다고 몸부림쳐본들
어머니 얼굴, 목소리 가신 길로
앞으론 메아리 칠 뿐이겠군요.
꽃잎에 바람은 일고 아랑곳없는
바람의 소리가 잔 가지만 흔드는
멀어지는 길위로 눈물이 가립니다.
해가 서산머리에 져서
산 그림자 내려올 때면
나뭇이파리에 얼굴 묻고,
캄캄한 하늘로 어머니이---
다시 불러보는 날 나는 어린아이 되어
어머니의 따듯하고 폭신하면서도
달착지근 젖내 풍겨오는 가슴에 안겨
긴 밤 내내 단꿈을 꾸렵니다.
매일 뜨고지는 해 사이로
바람에 실려 왔다 사라지는 이슬과 같이
한모금 목 축이다 갈증을 풀어주는
그런 먼 길을 걸어오신 어머니,
이젠 설움도 아픔도 지겨움도 없는
아버지의 영원한 품에서 안식하시옵소서.
늘 애물단지였던 자식이 보내는
마지막 배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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