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시모음 ▒

어머니의 길

천하한량 2007. 12. 5.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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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의 길 시/ 조 정희 걸어오신 길 하도 멀어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습니다. 흙먼지 이는 험한 돌짝밭이라도 어머니와 함께라면 한걸음에 달려갈 수 있었던 길이었는데, 이제는 그만 보내드려야 할 때라고요. 비바람 치며 물안개 자욱해 어디가 길인지 분간이 안 설 때 어머니, 그 이름 부르면 어느새 앞이 환해지더니 떠나가신 그 멀어진 길을 향해 눈물진 안녕을 고할 때라고요. 갈 길을 몰라 헤멘적이 있습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해 우왕좌왕, 이 세상에 오직 나 혼자인것처럼 외로울 때, 어머니- 당신의 이름 찾으면, 불안이 자신감으로, 쓸쓸함을 지혜로움으로 바꿔주시더니 이제 어디서 그런 힘 얻으리오 보고싶다고 외쳐보아도 그립다고 몸부림쳐본들 어머니 얼굴, 목소리 가신 길로 앞으론 메아리 칠 뿐이겠군요. 꽃잎에 바람은 일고 아랑곳없는 바람의 소리가 잔 가지만 흔드는 멀어지는 길위로 눈물이 가립니다. 해가 서산머리에 져서 산 그림자 내려올 때면 나뭇이파리에 얼굴 묻고, 캄캄한 하늘로 어머니이--- 다시 불러보는 날 나는 어린아이 되어 어머니의 따듯하고 폭신하면서도 달착지근 젖내 풍겨오는 가슴에 안겨 긴 밤 내내 단꿈을 꾸렵니다. 매일 뜨고지는 해 사이로 바람에 실려 왔다 사라지는 이슬과 같이 한모금 목 축이다 갈증을 풀어주는 그런 먼 길을 걸어오신 어머니, 이젠 설움도 아픔도 지겨움도 없는 아버지의 영원한 품에서 안식하시옵소서. 늘 애물단지였던 자식이 보내는 마지막 배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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