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시모음 ▒

낙엽 위에 뒹굴며

천하한량 2007. 12. 4. 20:55

  

 

 

       
    낙엽 위에 뒹굴며
    [homihomi-호미숙]

    11월 시작과 동시
    가로수 붉게 물든 가을 어느 날
    서울 중심으로 향하는 젖줄
    한강을 끼고 질주하며 미끄러진다
     

    양옆으로 휘황찬란케도
    장식한 가을 홍엽의
    터널 속으로 빨려 드는 동안
    강물도 홍색이요
    얼굴빛도 홍색이요
    마음마저 붉게 물들어
    심장박동 소리가 거칠게 들려온다
     

    지난밤 된서리에
    오동나무 너른 잎이
    파랗게 질려 축 늘어지고
    바지런한 단풍은 바스락거리며
    가을 끝을 부여잡는다
     
    돌아오는 길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는
    한강의 단풍 물든 햇덩이에
    붉게 물든 마음도 따라 지고

     
    낙엽 위에 뒹굴며
    뜨거운 정사 후
    널브러진 채
    담배 한 모금 피워낸 도시
    뽀얀 안개를 뿜는 가을 저녁
    어둠의 커튼을 내리고 있었다

    -시집 속의 향기-
     
    When Darkness Falls / Secret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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