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담집에 핀 가을
새 날 김 현 곤
토담집 옆구리에서 풍기는
오래된 볏짚 향기에 쑥부쟁이 환하게 웃는
곳
군데군데 허물어진 세월
끝내 참새 집으로 내어주고
발가벗은 앵두나무에 기대어 있는 낮은 담
낮은 담을 기웃거리는 키큰 꼬맹이
눈망울에 맺힌 촉촉한 그리움
푸른 그늘로 풀어지는
곳
듬성듬성 검버섯 피어난 서까래가
왁자한 웃음 뚝뚝 떨어지는
천장을 이고 있는 안방에선
뽀르록 토톡 익어가는 청국장단지 품은 구들목이
솜이불 속에서 도란도란 즐거운
곳
구들목을 데우는 하얀 굴뚝연기 곁으로
가을 한낮을 야금야금 먹고 자란 땅거미가 모여들고
갈바람 발자국 요란한 낙엽 수북한 뒤란에는
까치 부부 초라한 감나무 가지에서
뭉게구름에 걸려있는 노을을 오래오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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