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시모음 ▒

토담집에 핀 가을

천하한량 2007. 12. 5. 04:05

 

 

토담집에 핀 가을

 

                            새 날   김 현 곤

 

토담집 옆구리에서 풍기는

오래된 볏짚 향기에 쑥부쟁이 환하게 웃는


군데군데 허물어진 세월

끝내 참새 집으로 내어주고

발가벗은 앵두나무에 기대어 있는 낮은 담

낮은 담을 기웃거리는 키큰 꼬맹이

눈망울에 맺힌 촉촉한 그리움

푸른 그늘로 풀어지는


듬성듬성 검버섯 피어난 서까래가

왁자한 웃음 뚝뚝 떨어지는

천장을 이고 있는 안방에선

뽀르록 토톡 익어가는 청국장단지 품은 구들목이

솜이불 속에서 도란도란 즐거운


구들목을 데우는 하얀 굴뚝연기 곁으로

가을 한낮을 야금야금 먹고 자란 땅거미가 모여들고

갈바람 발자국 요란한 낙엽 수북한 뒤란에는

까치 부부 초라한 감나무 가지에서

뭉게구름에 걸려있는 노을을 오래오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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