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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이러다 스태그플레이션 올라

천하한량 2007. 12. 3. 20:29
세계경제 이러다 스태그플레이션 올라
중앙은행들 성장이냐 물가냐 딜레마 빠져유럽, 인플레걱정에 금리 함부로 손 못대
개도국은 물가상승압력 고스란히 떠안아

`성장`이냐 `물가`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두 마리 토끼를 놓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급격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선 통화정책을 과감하게 완화시켜야 하겠지만, 그러기엔 최근 유가와 식료품 가격을 중심으로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물가 오름세가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이 같은 중앙은행들의 고민을 소개하면서 자칫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 현상) 염려까지 제기된다고 소개했다. 선진국들의 물가 오름세는 간과하기 힘든 상황이다.

당장 최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유럽은 3%로 뛰어올랐다. 10월에는 2.6%였다. 유럽은 2001년 이후, 독일은 10년 이래 최고 수준의 고물가를 기록했다. 미국도 10월 물가 상승률이 3.5%까지 오른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물가 오름세를 대하는 중앙은행들의 태도는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물가가 곧 진정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성장을 중시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다른 국가들은 정반대의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유럽 통화정책 당국이다. 오는 6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이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유럽은 경기침체보다는 인플레이션에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조너선 로인스는 "유로권 경제가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며 "ECB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염려로 경기 하강에 재빨리 대응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경기침체가 염려될 때 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 있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져 함부로 금리를 내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미국은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의 오름세가 앞으로 2년 내에 진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물론 일부에선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을 염려해야 하는 구조적 변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공장 가동률 같은 각종 생산요소 이용률이 높게 형성되고 있어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물가 상승 압력이 구조적으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성장을 이어가는 개발도상국들도 성장보다는 물가를 염려하는 모습이다.

HSBC의 스티븐 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머징 국가들은 인플레이션과 과열, 그리고 과도한 통화팽창을 염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통화정책과 환율정책이 엮이면서 정책 운용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은 자국 내 상황에 따라 만들어졌는데, 개도국들이 자국 통화가치를 달러화에 어느 정도 수준에서 유지시키려는 환율정책을 펼치면서 문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화가 급락하면서 물가 부담을 높여버렸다. 특히 미국 달러화에 자국통화를 묶어 놓는 달러페그제를 실시하는 국가들은 물가 상승 압력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아직은 개도국에서 물가 압력이 그렇게 큰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켄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개도국 정책 결정자들이 지금이라도 긴축 통화정책을 펼치지 않으면, 앞으로 1년 또는 2년 내에 나타날 인플레 압력 방어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몇몇 국가에선 달러페그제가 곤경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지금까지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이것마저 흔들릴 경우 물가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FT는 거대 물류기업으로 경기 동향에 민감한 페덱스(FedEx)의 최고경영자인 프레드 스미스가 미국 경기침체로 전 세계 경기도 하강 국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다른 지역들의 성장이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미국의 경기침체를 대체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중국 등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찾는 분석이 있지만 여전히 세계 경제활동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침체되면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송성훈 기자 / 오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