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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총 무장…방화…무섭게 ‘타는 프랑스’

천하한량 2007. 11. 28. 21:01
공기총 무장…방화…무섭게 ‘타는 프랑스’
입력: 2007년 11월 28일 18:21:16
 
“프랑스는 언제라도 불타오를 수 있는 ‘화약고’를 방치해왔다.”

프랑스 파리 교외의 소요가 사흘째 계속되면서 이 지역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2005년 소요를 겪고서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외면, ‘불씨’를 남겨뒀다는 지적이다. 시위에 나선 젊은이들은 경찰을 향해 총탄을 발사하는 등 2년 전보다 더 과격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27일 보도했다.

소요가 처음 발생한 파리 북쪽의 빌리에 르 벨에 정부가 기동경찰 1000여명을 긴급 투입하면서 상황은 전날보다 다소 진정됐다.

폭력 사태에 가담한 이 지역 청소년 2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 중 8명은 즉결심판에 넘겨져 징역 3~10월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방화와 폭력 행위는 다른 지역으로까지 번지며 계속되고 있다. 파리 서쪽 레 뮈로에서 경찰에 화염병을 던진 청년 8명이 체포됐다.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도 신원을 알 수 없는 방화범들이 자동차 20대와 도서관에 불을 질렀다.

26일 하루에만 경찰 82명이 부상을 입는 등 사흘 동안 120여명의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 다쳤다. 경찰 부상자 규모로 보면 이번 소요는 2005년보다 더 심각하다. 당시엔 3주 동안 경찰 200여명이 다쳤다.

청년들이 사냥총과 공기총 등 총기로 무장하고 있다는 점도 2년 전과 다르다. 경찰관 크리스토프는 “이번이 더욱 폭력적”이라며 “당시엔 반항에 가까웠으나, 지금 그들은 무장한 상태로 우리를 뒤쫓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은 “청년들이 ‘도시 게릴라’의 전술을 쓰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을 방문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귀국하자마자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앞서 그는 부상경찰을 찾아 “경찰에 총을 쏜 사람을 법정에 세울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와 미셸 알리오 마리 내무장관도 빌리에 르 벨을 방문해 “질서를 돌려놓을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좌파 야당인 사회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강경 대응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번 소요의 직접적 원인은 25일 빌리에 르 벨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15, 16세 청소년 2명이 순찰차와 충돌한 후 숨진 사건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파리 교외 지역에서 수십년간 지속된 인종 차별과 실업, 빈곤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지역에 밀집해 있는 아랍·아프리카 출신의 이민 2·3세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2005년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소요 이후에도 여건은 개선되지 않았다.

빌리에 르 벨의 디디에 바이양 시장은 “폭력은 용인할 수 없지만 그들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다”며 “정부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힘써달라”고 촉구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내년 1월 교외지역 청년 25만명에게 직업 훈련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지만, 이같은 대책이 교외에 다층적으로 누적된 불만을 잠재우기에 충분할지는 미지수다.

〈최희진기자 dai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