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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공항에선…진화하는 은밀한 검색

천하한량 2007. 11. 28. 20:24
지금 공항에선…진화하는 은밀한 검색
알몸 점 하나·폭발물 성분분석까지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는 워싱턴행 항공편의 승객들이 보안검색을 받고 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항공기 충돌 테러에 세계는 경악했고 이를 계기로 항공기 안전을 위한 공항 보안검색은 매우 강화됐다. 또 2006년 영국 런던에서 붙잡힌 항공기 폭파 테러 음모범들은 지금까지 방법으로는 검색이 어려운 액체 폭탄을 사용하려다 적발돼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다.

테러위협이 점증하면서 공항에서 보안검색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보안검색 강화는 승객에게는 유쾌하지 못할 뿐 아니라 검색에도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실제로 최근에는 전자티켓 덕분에 체크인에 소요되는 시간은 단축된 반면 보안검색에 드는 시간은 2~3배 증가해 탑승에 필요한 시간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해외 여행을 떠날 때 적어도 3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만 하는 불편을 감수하곤 한다.

이런 불편 때문에 각국 정부와 공항, 항공사들은 보안검색 범위를 넓히면서도 시간을 단축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기존 보안검색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 차세대 보안검색장치 개발 중

= 우리가 공항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보안검색 장치는 X선 투시다. X선을 이용하면 가방을 열지 않고도 그 속에 들어 있는 물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X선은 가방과 같은 천 등은 잘 통과하지만 금속물질 등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보안 요원들은 X선의 흡수되는 정도를 측정해 물질을 구별하고 있다. X선 검색 장치에서는 X선이 많이 통과하지 못하는 재료와 좀 더 통과하는 물질을 색깔로 구별해 준다.

유기물은 오렌지색, 금속과 같은 무기물은 파란색, 혼합물은 녹색으로 나타내 검색하는 사람이 무기나 폭발물과 같은 물품을 보다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보다 자세한 검색을 위해선 강도가 높은 X선을 이용해 삼차원 컴퓨터 단층촬영(CT) 영상을 얻어 사용한다. 최근에는 수화물 검색에 비해 매우 약한 강도의 X선을 사용해 영상을 얻을 수 있는 후방산란(backscatter) X선 시스템이 개발됐다. 이 장치는 입고 있는 옷 속에 감춰져 있는 무기도 탐지할 수 있다.

한편 미국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공항에서 보안요원이 가방 표면을 닦아 기계에 넣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가방 주위에 증기를 만들고 여기에 약한 베타선(β-ray)을 쪼이면 증기는 전기를 띤 이온이 된다. 여기에 균일한 전기장을 가하면 이온은 질량, 크기, 모양에 따라 각기 다른 이동속도를 가지게 되고 얻어진 분광사진을 분석하면 폭발물이나 마약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신호가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이러한 장치를 `이온이동도분광장치(IMS)`라고 부른다. 앞으로는 보안요원이 가방 표면을 직접 닦아서 분석하지 않고, 의심이 가는 승객이나 수화물 주변 공기에서 샘플을 모으면서 이를 농축해 위험물을 탐지하는 기술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더욱 간편하면서도 은밀한 검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 다양한 종류의 주파수 활용

X선을 가방에 투과시킨 보안검색 영상.
= 월스트리트저널은 조만간 폭발물(고체ㆍ액체)과 각종 무기를 동시에 탐지해 내는 기계가 출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센서가 자동 작동돼 승객들이 별도 검색대를 지나갈 필요조차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 현재 영상 시스템은 전자기 스펙트럼에서 X선 영역에 집중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RF, 마이크로파, 테라헤르츠파 대역에 대한 탐구 관심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낮은 주파수 빔을 사용하면 옷을 통과해 그 속에 있는 금속이나 비금속 무기를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T-ray라고도 불리는 테라헤르츠(㎔)파는 주파수가 0.1~10㎔(1㎔=1000㎓), 파장은 3~30㎜인 전자기파로 전자기파와 빛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하면 옷 등을 투과해 물질을 검색할 수 있다.

테라헤르츠 시스템은 통상 0.5~4㎔ 주파수를 사용한다. 폭발물은 이 대역에서 특이한 흡수 스펙트럼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테라헤르츠 영상 시스템은 하나의 센서를 이용해 영상과 물질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위험물의 영상뿐 아니라 성분까지도 분석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이런 테라헤르츠파의 성질을 이용해 검색 시간과 보안 시스템 가격을 줄이려는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초기의 실용적인 테라헤르츠 센서가 휴대형 금속탐지기와 비슷한 막대기 형태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미래에는 걸어가기만 해도 자동으로 무기를 탐지하고 폭발물 성분을 분석하는 보행자 터널 형태의 검색대가 개발될 전망이다.

◆ 안전하고 정확한, 보다 빠른 시스템 기대

=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항상 부작용이 나타나고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논란을 불러온다. 영상이나 보안검색에 있어서도 신기술 도입은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우선 X선에서 RF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전자파 노출에 대한 우려가 생기고 있다. 영상시스템의 전자파 방출이 정해진 규제 범위에 있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위험에 대한 선입관은 논의돼야 한다.

또 고해상도 영상 촬영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나 문화권별로 적용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몇 시스템에서는 영상에서 특정 부위를 흐리게 하거나 조작자를 멀리 떨어진 곳에 둬서 승객을 직접 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영상이나 IMS 시스템을 통해 고위험 승객을 선별하고 테라헤르츠 시스템으로 해당 승객을 더 자세히 검색하는 것과 같이 다단계로 보안검색을 적용하는 방법이 사용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먼 미래에는 수화물을 직접 손으로 검색하거나 검색대를 통과할 필요 없이 승객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보안검색이 빠르게 수행될 것이다. 과학기술 발전은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보안 검색장치 개발을 가능하게 만들고 테러에서 안전한 세계를 구축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서대철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