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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택시장, LA 외곽 한국인 소유주택 차압 급증

천하한량 2007. 11. 26. 20:35
美 주택시장, LA 외곽 한국인 소유주택 차압 급증
대출이자 감당못해 내놓아도 안팔려 집값 한달새 8%감소…압류는 8배나 증가

"아파트를 처분해 다른 곳에 투자하려 했지만 팔리지 않고 있어요. 매달 대출 상환금에 세금까지 손해가 큽니다."

2005년 투자 목적으로 뉴욕 맨해튼 건너편에 위치한 뉴저지 에지워터에 아파트를 구입했던 주재원 채병건 씨(53)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채씨의 사정은 최근 대출 금리가 올라 대출금을 제때에 갚지 못해 아예 집을 차압(foreclosure)당하고 거리로 쫓겨나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 차압 당하는 주택 급증

= 최근 신용 경색 여파로 이자율이 재조정되면서 변동금리 조건으로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의 대출부담이 크게 늘어났고, 대출금을 제때에 갚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주택에 압류 공지가 붙어 있다. 최근 미국에선 모기지 대출을 갚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면서 주택을 압류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전역에서 집을 빼앗길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차압 전에 집을 싸게 내놓는 `숏세일`에 나서고 있지만 매수자가 없어 결국 집을 차압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동쪽 스톡턴의 경우 지난 3분기에 31가구당 1가구꼴로 주택이 차압됐다.

로스앤젤레스 남쪽 풀러턴에서 만난 부동산업자 나딘 올슨 씨(51)는 두 달 전 은행에서 주택을 차압 당했다. 올슨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팬케이크 레스토랑에도 가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세입자들도 살던 집에서 쫓겨나는 형국이다. 미국에서 차압된 주택 8곳 가운데 1곳은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이다. LA한인타운에서 대출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대니 백 대표는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한 미 주택시장 침체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면서 "지금까지 서브프라임 때문에 모기지 업체와 사모펀드, 금융기관 등의 피해가 노출됐다면 앞으로는 가면 갈수록 주택 소유자와 세입자 등 일반인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주택매매 사실상 중단

= 캘리포니아주의 주택 차압은 8배나 증가했고, 일부 지역에서 주택 가격은 2005년 4월 이후 최저가격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중 샌버너디노의 주택거래 건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54.8%나 줄었다. 로스앤젤레스(-48.3%)와 오렌지카운티(-42.0%), 샌디에이고(-32.5%) 등 대부분 지역에서 주택거래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미국 내 주택 가격은 이미 2005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카운티의 경우 지난 10월 주택 중간 가격은 15.1%나 줄어들었다. 로스앤젤레스(-3.8%)와 오렌지카운티(-8.2%), 샌디에이고(-6.1%) 등도 만만찮은 하락세를 보여준다. 한국인 밀집거주 지역인 남캘리포니아 전체적으로 10월 한달 동안 8.0%나 가격이 떨어졌다. 문제는 주택 가격 하락세가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미 부동산 자산규모가 23조달러에 달하고 있다"며 "미 주택가격이 내년에 10%가량 더 떨어지고 앞으로 3~4년 동안 최고 20%가량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더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주택 구입 시기는 크게 늦춰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최기호 CKP 회계법인 대표는 "꼭 주택이 필요한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미국 내 주택 구입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늦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도 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무실 임대 사정이 나쁘지 않아 버텼지만 갈수록 주택경기 전반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뉴스는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내년에 15% 하락해 최고 낙폭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 위정환 특파원 / 로스앤젤레스 = 김경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