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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제 금융불안 진원지' 될수도

천하한량 2007. 11. 26. 18:25
굴로벌 신용경색이 연말에도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에 유령처럼 떠돌 것으로 우려된다. 아울러 내년에도 상당 기간 국제금융시장은 부동산 담보채권 부실의 여파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당장은 유럽 금융시장이 미국보다 더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무제한 공급 발언은 유로권의 신용경색이 다시 심화될 기미를 포착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유럽의 어느 은행이 무언가 큰 부실에 노출돼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번에도 8월 프랑스 BNP파리바은행 쇼크처럼 유럽이 글로벌 금융 불안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여건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 자금수요가 몰리면서 미국 은행간 3개월짜리 금리가 8일 연속 상승해 23일 5.04%까지 뛰었다고 전했다. 이것은 미 연방기금 금리 4.5%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은행간 3개월짜리 금리는 통상적으로 연방기금 금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왔다. 금리차가 이처럼 벌어지고 있는 것은 미국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심화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며 유로권과 영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유로권 비즈니스여건도 지난 27개월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브뤼셀의 NTC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유로권 구매관리지수는 11월 중 53.8로 전달(54.7)보다 더 떨어지면서 2005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4일자 기사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시한폭탄’이라는 제목으로 “서브프라임 위기의 충격이 영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수십만명이 주택을 처분해야 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영국금융인협회(BBA)에 따르면 10월 모기지 승인 건수가 17% 감소, 1997년 9월 집계가 시작된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37% 적은 수준이다.

미국 주택시장도 내년에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내년에 금리가 상향 조정되는 변동금리부 모기지대출(ARM) 규모가 3,620억달러에 달한다. BoA증권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 분기와 내년 1ㆍ4분기 ARM 모기지 대출규모가 850억달러이며 2ㆍ4분기에 1,010억달러로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금리 인상이 예정된 서브프라임 ARM의 대부분은 이른바 ‘2-28 대출’로 불리는 형태로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2년 이후에 매년 금리가 인상되는 대출상품이다.

내년에는 서브프라임 ARM 이외에도 1,530억달러 규모의 점보모기지ㆍ알트에이(Alt-A) 금리도 재조정될 예정이며 특히 알트에이 대출의 부실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채권보험업계가 신용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무디스와 피치 등 신용평가기관들이 채권보험업계의 신용도를 재평가하고 있는데 신용추락의 도미노 현상 발생이 거의 확실하다는 것이다. 채권보험업계는 전세계적으로 2조달러 이상 규모인 공채와 모기지연계 채권 등을 보증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3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의 한 강연을 통해 “미국 집값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며 “이번 집값 하락은 과거 50년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속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