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자료실 ▒

서브프라임 위기의 외국인들

천하한량 2007. 11. 24. 17:12
외국인들이 ‘셀 코리아(sell Korea·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떠나는 것)’를 시작한 것일까?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연일 주식을 처분하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외국인들이 처분한 한국 주식(순매도 기준)은 약 25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대만, 인도, 태국 등 다른 아시아 신흥시장에서도 빠져 나가고 있지만, 특히 한국에서 ‘엑소더스(exodus·대탈출)’ 수준으로 주식을 팔고 있다.

한화증권 민상일 애널리스트는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유럽 금융기관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우선적으로 회수하면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이 유독 표적이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첫째, 다른 아시아 신흥시장과 달리 한국 증시는 유동성이 풍부해 주식을 쉽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주식을 내놓으면 펀드로 모은 자금을 바탕으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받아준다는 것.

둘째, 과거 낮은 가격에 주식을 샀다가 지금을 매도 기회로 삼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와 지난 2003년 카드채 위기 등 두 차례 주식을 싼값에 산 외국인들이 이제 차익(差益)을 실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을 떠난 투자자금의 일부는 중국, 인도 등 새로운 성장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 리서치부문 대표는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중국·인도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탈(脫)한국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04년까지만 해도 국내 증시의 42%를 차지했던 외국인 비중(시가총액 기준)이 최근엔 31%로 급감했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외환위기 당시의 셀 코리아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당시엔 한국의 허약한 경제 체질이 원인이었지만, 요즘은 국내 문제보다는 미국 서브프라임 문제와 달러 약세, 엔 캐리 청산 등 선진국 경제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또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파는 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증권 이기봉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외국인들이 좌우하던 국내 증시를 기관투자가들이 자연스럽게 대체한 것은 국내 증시가 그만큼 성숙해지고 글로벌 경제변수에서 독립성을 확보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 증시도 외국인 비중이 32% 수준으로 한국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