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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사 미분양줄이기 백태

천하한량 2007. 11. 26. 20:40
한국 건설사 미분양줄이기 백태
매수청구권 옵션ㆍ계약금 안받고 계약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미분양이 급증한 가운데 건설업체들이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해 매수청구권 옵션 부여, 자체 매입 후 전세 전환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계약자의 자금 사정을 감안해 계약금을 대폭 할인해주고 중도금은 무이자로 연기해주는 것은 이제 보편화된 판촉 전략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금기시해왔던 분양가로 되사주는 옵션을 제공하거나 계약금을 내지 않더라도 의사 표시만으로 가공계약서를 작성하는 탈법적 사례까지 나타났다. 미분양이 갈수록 확산됨에 따라 건설업체 자금 경색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 9월 말까지 전국 미분양 주택은 9만8235가구로 10만가구에 육박했고 11월까지 추가된 것까지 감안하면 이미 10만가구를 훨씬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 10만2701가구로 최고조에 달했던 미분양 기록이 깨지는 건 시간문제다. 건설업계에서는 실제 미분양 가구 수가 18만가구가량 된다는 추정치도 나돌고 있다.

미분양이 넘쳐나면서 이를 헤쳐나가야 하는 업계로선 죽을 맛이다. 대형 건설업체인 K사와 D사는 분양을 하다가 남은 물량을 자체적으로 매입해 전세로 내놓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어차피 시행사에서 공사대금 등으로 받아야 할 돈이 있는 데다 미분양이 장기화하면 아파트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가해지는 만큼 이를 피하겠다는 속셈이다. 그나마 이들 업체는 미분양분을 인수할 만한 자금 여력이 있는 곳.

H건설은 지방 미분양 발생을 줄이기 위해 일단 아파트를 분양받도록 했다가 입주 때 되사주는 `매수청구권` 옵션을 제공한다. 공사가 끝나 잔금을 치른 뒤에도 프리미엄이 붙지 않아 분양받은 사람이 입주를 원치 않을 때엔 회사 측에서 분양가격에 되사준다는 얘기다. 물론 일반분양자에게 옵션을 줬다가는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커 건설사 관계 업체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가공계약서를 작성하는 식으로 한발 더 나간 업체도 있다. 지방에서 대규모 아파트 사업을 벌였다가 분양이 저조한 Y사는 분양받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계약금 없이도 계약서를 작성해준다. 이 `가공계약서`를 근거로 은행에서 중도금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하려는 것. 계약자로서도 입주 때까지 기다렸다가 프리미엄이 붙으면 정상 입주하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해도 되기 때문에 손해가 없다.

현대건설은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서 이달 말께 공급하는 `금정 힐스테이트` 301가구 미분양을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26일 부산 시내버스 광고를 시작했다. 1500여 대 버스 차체에 `힐스테이트` 선전물을 붙이고 시내를 돌아다니도록 해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계산이다. 보수적인 대형 건설사가 버스에 아파트 광고를 하는 예가 드문 만큼 대규모 분양에 따라 치열해진 홍보전 일단을 엿보게 한다. 부산에선 지난 10월 말 미분양이 1만2073가구에 달하며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장종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