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자료실 ▒

美경제·유가 불안감

천하한량 2007. 11. 4. 22:51
주식시장이 다시 불안정해지고 있다. 주된 배경은 역시 미국이다. 금융주들의 실적전망이 부진하게 나오고 제조업경기도 시장의 예상보다 낮게 발표되면서 증시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말 끝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도 투자심리를 개선시키지 못했다. 시장이 원했던 것은 향후에도 FRB의 금리인하 기조가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FRB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을 언급하며 시장의 기대와는 다른 시그널을 제시했다.

10월 FOMC가 시장에 주는 의미는 부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증시가 상승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미국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였다. 그러나 10월 회의를 통해 당분간 미국의 금리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적음을 확인한 만큼, 시장 내부의 과도했던 기대는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리스크(위험)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를 높일 것이다.

미국 경제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까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오르는 기세가 워낙 무섭다 보니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를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가 그리 먼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국제유가의 상승을 이끄는 요인인 달러 약세와 지정학적 리스크, 신흥시장 중심의 수요 증가 등은 모두 단기간에 변화를 보이기 어려운 것들이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다면 유가 하락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달러가 약세기조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수요 충격으로 작용한 중국 등 신흥시장의 고성장을 예상하는 시각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신흥시장이 향후 수년간 세계경제의 성장 전망을 좌우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수요확대에 기반한 고유가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시기적으로 겨울 성수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달러 약세 속에 나타나고 있는 국제유가의 강세로 고민이 가장 큰 국가는 미국이다. 경기부진에 더해진 고유가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우려까지 불러올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실제화하면 당연히 글로벌 증시는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이다. 물론 이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제유가를 둘러싼 시장 전반의 인식이 이런 상황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유가수준이 경기에 부담을 줄 정도에 이르렀다는 우려에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신흥시장의 수요확대를 이유로 국제유가의 강세를 호의적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려운 시점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증시대응은 보수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미국 금융시장과 국제유가의 안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저가매수에 나서기는 아직 이른 시점으로 판단한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