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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집 성공한 이원승, 다시 연극무대섰다

천하한량 2007. 8. 7. 15:31
  • 피자집 성공한 이원승, 다시 연극무대 섰다
  • 자신의 가게 소극장 꾸며 ‘빠알간 피터…’ 로 10년만에 컴백
    “진작 하고 싶은 작품이었지만 원숭이 이미지 굳어질까 안했죠
    앞으로 10년간 계속 공연할 것”
  • 박돈규 기자 coeur@chosun.com 
    입력 : 2007.08.07 00:12
    •  10년 전 연기생활을 접고 피자집(대학로 ‘디마테오’) ‘사장’이 된 개그맨 이원승(47)이 피자집 한쪽을 헐어 45석짜리 소극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달부터 매주 금·토·일·월요일 오후 8시 모노드라마(1인극) ‘빠알간 피터의 고백’(연출 오태석)을 공연하고 있다. 10년 만의 무대 복귀다.

      “1997년 ‘불효자는 웁니다’를 마지막으로 무대를 떠나며 오태석 선생님과 약속한 게 있어요. ‘10년 안엔 연극 다시 하겠습니다’였지요. 그동안에도 오 선생님은 종종 제 피자집에 들르셔서 ‘이제 연극해야지, 해야지’ 하셨는데, 사는 게 급해 귀에 안 들어오다가 얼마 전에야 정신 번쩍 났습니다. 두 달 넘게 밤새 연습했는데, 10년 동안 무뎌져서 초보 배우 신세지요 뭐.”

    • ▲ 대학로 자신의 피자집 한쪽에 소극장을 만들고 1인극‘빠알간 피터의 고백’을 공연 중인 이원승. /연합뉴스

    • 장영자 사건이 터진 1982년, 사채시장을 풍자하는 가요 베스트5(이용의 ‘바람이려오’를 ‘어음이려오’로 개사해 부르는 식)를 불러 MBC 개그맨에 공채된 이원승은 ‘일요일일요일밤에’의 ‘일지매’, ‘청춘만만세’ 중 김정렬과 콤비로 만든 ‘단(丹)’ 같은 코너에서 활약했다. 1992년엔 극단 하늘땅을 창단해 연극 무대에 섰다는 그는 “평생 원숭이짓은 영화 ‘손오공’에서밖에 안 했는데 이름과 생김새 때문에 오해 많이 받았다”고 했다.

      “추송웅 선생의 ‘빠알간 피터의 고백’은 고2 때 보고 너무 감동받았던 작품이에요. 사실 90년대부터 하고 싶었던 연극인데 이걸 했다가 원숭이 이미지가 고착화될까봐 안 했습니다.”

      피자집 개업은 1998년 1월의 일. 1997년 여름 ‘도전 지구탐험대’라는 방송 프로그램으로 이탈리아 나폴리에 가서 피자 굽기 체험을 했다가 ‘아예 이걸로 인생을 물갈이하자’ 결심했다고 한다. 머리 박박 깎고 시작한 사업은 분점을 낼 정도로 번창했고, 덕택에 이원승은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야외 정원(테이블 8개)을 과감하게 뜯어내 소극장으로 꾸밀 수 있었다. “생존 때문에, 다른 인생 살고 싶어 포기했던 연극을 다시 할 수 있어 기쁘다”고 그는 말했다.

      프란츠 카프카 원작의 ‘빠알간 피터의 고백’은 아프리카에서 자유를 누리다 잡힌 뒤 사람의 말을 배워 살아가는 원숭이가 주인공이다. 이원승은 “카프카의 원작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은 책이다. 인간이 얘기하는 자유와 원숭이가 얘기하는 출구가 겹쳐져 묘한 감동을 준다”며 “이 연극을 했던 다른 배우들이 어떻게 원숭이가 되느냐를 고민했다면, 난 원숭이가 된 상태로 어떻게 재미있게 이야기하느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로 복귀했지만 그는 매주 수요일엔 하루 종일 피자만 굽는다. “빨간 피터처럼 ‘출구’를 찾아 달렸다”는 그는 10년 뒤를 보며 또 하나의 약속을 했다. “디마테오가 망하지 않는 한, 이 연극은 10년간 할 생각입니다. ‘쫑파티’는 2017년에 합니다. 앞으로 10년을 버텨야 하니 건강과 사업, 둘 다 잘 관리해야죠. 마지막 공연 땐 험한 산 정복한 산악인 마음 같지 않을까요?” (02)747-4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