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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의 적벽부

천하한량 2007. 7. 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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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의 行楷書 작품입니다  (대만 고궁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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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술년(1082년) 가을 7월16일에 나는 손님과 배를 띄우고
적벽 아래에서 놀고 있었는데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오고, 물결은 일지 않아
술잔을 들어 손님에서 권하며, '시경'에 나오는 시 하나를 읊조리면서
그 중 '요조'의 장을 노래하였내...
잠시후 달이 동산위로 떠올라,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에서 배회하면서
흰 이슬은 강에 비끼고, 물빛은 하늘에 닿아 이어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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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엽편주 가는 대로 풀어놓고, 만경창파를 망연히 헤치니
허공에 의지해 바람을 탄 듯 탁 트인데, 그 멈출 바를 모르고
속세벗어나 우뚝 솟은듯 표연하니, 신선되어 오를 듯 하다내...
이에 술을 마시는 즐거움이 점점커져, 뱃전을 두들기며 노래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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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이르기를
"계수나무 노에 난초로 만든 삿대여,
 물에 잠긴 달을 치고 흐르는 빛을 거스르네.
 아득한 나의 회포는 하늘 저편에서 미인을 바라는듯.."....
손님중에 퉁소를 부는 이 있어, 노래따라 그에 화답하니,
그 소리가 슬프고도 슬퍼,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우는 듯 호소하는 듯,
그 여음이 가냘프게 실타래처럼 끊어지지 않고,
깊은 골짜기의 용이 춤을 추고 외로운 배의 과부를 울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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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연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고 곧추 앉아, 손님에게 묻기를
"어째서 그런가요?"...라고 하니
손님이 말하기를,
"달은 밝고 별은 드문데, 까마귀는 남쪽으로 날아간다...
 이것은 조조의 시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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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는 하구를 바라보고, 동쪽으로는 무창을 바라보니,
산천이 어울어져, 짙푸르군요..
여기는 조조가 주랑에게 곤욕을 치르던 곳이 아니던가요?
바야흐로 형주를 깨고 강릉으로 내려와 물결따라 동쪽으로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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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은 천리를 잇닿아 있고, 깃발은 하늘을 뒤덮으니,
강위에서 술을 마시고 긴 창을 가로들고서는 시를 짓습니다.
진실로 일세의 영웅이러니,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요?
하물며 나와 당신는 강가의 모래밭에서 고기잡고 나무하며,
물고기 새우와 같이하고,
사슴 고라니와 벗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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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엽편주를 타고, 술잔 들어 서로 권합니다.
하루살이 삶을 천지에 의탁하니
아득한 넓은 바다에 창해에 좁쌀 하나 떠있는듯....
우리네 인생 짧음을 애�㉭� 하고,
양자강의 끝없음이 부러워지는군요
신선과 더불어 노닐고, 밝은 달을 얼싸안고 길게 살고자하니,
이 또한 문득 얻어질 수 없음을 알고, 여음을 슬픈 바람에 실어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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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님도 역시 저 물과 달을 아십니까?
 가는 것은 이와 같은되 일찍이 가지않았으며
 차고 기우는 것은 저와 같으니, 그것 자체는 줄고 늘어남이 없는 것
 변하는데서 보면 천지도  한 순간일수밖에 없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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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변하지 않는 것을 보게 되면,
사물과 나는 모두가 다함이 없는 것이니,
또 무엇을 부러워 하겠습니까?
대저 천지간에는 모든 사물은 각각 주인이 있는 법..
내 소유가 아니거든 비록 터럭 하나라도 취하지 말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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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위의 맑은 바람과 산속의 밝은 달만이
귀로 그것을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으로 그것을 보면 색이 되니....
그것을 취함에 금하는 것이 없고, 그것을 씀에 다함이 없고
이것은 조물주의 다함이 없는 보물로,
나와 님이 더불어 누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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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기뻐 웃으며 잔을 씻고 다시 술을 권하니,
안주는 이미 다하였고, 술자리는 어지러워졌다내
서로 기대어 뱃속에서 누우니
동쪽 하늘이 이미 밝아오는 줄도 몰랐더라..........

 

 

맨앞 5행(전체는 66행)의 36자가 파손되어서

문진명선생이 보충해서 써넣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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