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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계, 현행 경기룰 문제점 심각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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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80% 이상이 돌려차기 위주로 기술이 편중되고 있다. |
| 태권도가 재미와 박진감이 없다는 비난을 받던 시기. 2004 아테네올림픽 태권도경기 마지막 날 남자 +80KG급 결승전에 오른 우리나라 문대성(동아대 교수, WTF 집행위원)이 208cm의 홈팀 그리스 선수를 1회전에 뒤후려차기로 통쾌하게 쓰러트렸다.
이 경기로 한 동안 태권도가 “재미없다”, “박진감이 떨어진다”, “약하다”라는 주위의 따가웠던 여론은 불식되었다. 동시에 그 장면은 아직도 국내 주요 방송사를 비롯해 해외 미디어에서도 스포츠 명장면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3년이 지난 지금. 태권도는 또 다시 재미와 박진감이 없다는 이유로 대중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개혁위원회까지 동원해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태권도 경기 룰을 만들겠다던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F)은 수년간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제18회(여자11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그야말로 ‘돌려차기 대회’라 할 만큼 싱겁게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보다 쉽고 안정적인 득점을 뺏고 지키기 위해 가능한 ‘위험한’ 기술을 시도하지 않았다. 현행 경기 룰이 돌개차기나 뒤차기 등 화려하고 난이도가 높은 기술도 모두 돌려차기와 같은 1득점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선수들은 무리하게 큰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척추를 제외한 몸통 전체부위를 득점부위로 인정하고 있어 돌려차기를 통한 ‘1-1 작전’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몸통 옆구리까지만 득점부위로 인정할 때는 정확한 득점을 얻기 위해 선수들은 다양한 기술을 구사했다. 이 때 나래차기와 끌어 앞차기 등 신기술도 경기 중에 자연스럽게 개발되기도 했다.
경기 룰이 오랫동안 정체되는 과정에 태권도 기술력은 발전은 커녕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경기가 재미없고 박진감이 떨어지면서 보는 관중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이렇다보니 태권도 종주국에서 열리는 경기에 일반관중은 찾아보기 힘들고 TV중계를 위해서는 중계료를 받기보다 주는 격이다.
현행 경기룰의 폐단은 ‘농구선수’가 세계태권도를 제패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주인공은 이번 세계대회 남자 헤비급에게 깜짝 우승한 말리의 다바 모디보 케이타(25). 대회 MVP까지 차지했다. 그는 현재 농구선수를 병행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숨은 노력을 했겠지만 경기내용을 보면 207cm의 큰 키를 이용해 큰 기술 없이 ‘돌려차기’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태권도 경기가 ‘기술’보다 ‘체격’으로 통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정국현 교수는 “여러 가지 기술들이 실제 경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우선 WTF가 경기 룰을 개정해야 한다”며 “뒤차기, 나래차기, 뒤후려차기 등 고난이도 기술들이 경기에서 발휘되고 득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건(룰)이 마련돼야 태권도가 진정한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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