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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말로만 태권도 종주국?

천하한량 2007. 6. 27. 17:14

과연 태권도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가?”



무토미디어 한혜진 기자

우리나라 국기(國技)인 태권도와 태권도 종주국인 대한민국(大韓民國).
세계 179개국 6천만 수련인구가 태극기(太極旗) 앞에서 하양 도복을 입고, 우리의 말로 태권도를 수련한다. 종주국 국민으로서 그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태권도가 세계적으로 보급되기까지는 우리 한인사범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또 수많은 국내 지도자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화를 이룬 태권도. 그 중심에 종주국 한국이 있다. 수많은 해외 수련생들은 스승의 고국이자, 태권도의 종주국인 한국을 동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양 띠에서부터 검정 띠까지 태권도의 역사와 철학, 이론들을 꿰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들이 한국의 문화와 풍습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까지도 한다는 것이다.

반면, 종주국인 한국은 어떠한가? 태권도 주 수련생들은 만5세에서부터 만13세까지 유소년 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수련환경 역시 무도적인 측면의 태권도가 아닌, 학교체육, 레크리에이션 등의 교육형태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또한 국민적인 관심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단지 우리나라가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사실과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 나가면 금메달을 많이 따는 효자종목이라는 스포츠로서의 태권도로만 인식할 뿐이다. 지난 9월 1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제1회 코리아오픈국제태권도대회에 일반관중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종주국에서 열리는 국제오픈대회라 하기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국내에서 열리는 태권도경기가 공중파와 지상파를 통해 안방에 중계되는데, 태권도인들 마저도 이를 외면하고 시청하지 않는다. 그래서 평균 시청률이 한 자리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도 대한태권도협회가 대의원총회에서 국내태권도수련인구 통계를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절체절명 위기의 태권도’가 현실화되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80년대 이후 매년 10%이상 증가하던 수련 층이 지난 2004년도에 한 자리 수로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하더니, 2005년도에는 -3%로 첫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반면, 해외 수련인구는 매년 1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은 해외수련자 80% 이상이 국기원 단증이 아닌 자체단증을 발급한다는 점에서 해외 태권도수련생 증가는 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태권도 수련문화에 외국인 유학생 실망감 감추지 못해



지난 해 태권도수련을 위해 종주국인 한국으로 유학을 온 한 외국인과 오랜 시간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태권도를 너무나 사랑해서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한국에 왔다. 그러나 너무나 실망이 컸다. 한국에는 어린아이와 태권도 선수, 군인들만 태권도를 하고 일반인은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승단심사를 할 때 태권도 사범들이나 심사위원들이 도복도 입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정말 실망했다”면서 태권도 종주국 한국에 대한 실망감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국기원(원장 엄운규)과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정길, KTA), 그리고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F)은 어떠한가. 나름대로 태권도발전을 위한다며 쉴 새 없이 새로운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행정들이 진정 태권도인들을 위한 행정인지, 아닌지 우왕좌왕 일색이다.

이러한 국내 태권도계에 현주소를 냉정하게 말하자면, “한국이 과연 태권도 종주국인가”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 태권도인 스스로가 태권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 상업적인 태권도가 아닌 정신수련, 무도정신의 태권도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사전적 의미의 종주국(宗主國)은 커다란 의미가 없다.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는 지난해 초 “태권도는 한국이 세계에 준 큰 선물”이라고 말한바 있다. 이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종주국 태권도인 스스로가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전 국민이 모두 태권도를 수련하지는 못한다하더라도, 최소한의 관심과 사랑, 정부의 지원, 수련생의 다양화, 제도권의 투명한 행정과 미래지향적인 사업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예를 들어본다. 축구의 종주국은 영국이다. 그런데 종종 축구의 종주국이 브라질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유는 브라질이 축구를 잘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모두가 축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성원이 있었기에 브라질이 세계 제1의 축구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점을 태권도 종주국 한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