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가이드 ▒

베끼는 것이 익숙한 세상

천하한량 2007. 6. 3. 01:20
대선 공약, 교수 논문, 대기업 광고,
이렇게 셋에 대해 최근 수 개월간 공통된 기사가 나왔다.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몇 가지 힌트를 주겠다.
 
유명 게임 회사의 게임, 유명 가수의 곡과 의상, TV 프로의 내용.
이제는 답을 맞힐 수 있을 것이다.

바로표절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표절이 이제는 일반화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다.
 
아니 어쩌면 표절을 잘 해서 성공하는 것이
빠른 지름길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듯하다.
 
정보의 보고라는 인터넷이
표절을 부추기는 면도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표절은 창작의 의욕을 꺾는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대단하다.
 
흔하게 일어 나고 있는 표절,
하지만 분명한 것은 표절을 한 사람은 불행해 진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어느 게임 개발사 팀장의 이야기는 이를 뒷받침해 준다.
 
유명한 개발사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자부심 있는 게임들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회사가 어려워 지면서 차츰 사장에게 압력이 들어 왔다.
 
상당히 구체적인 요구도 했다.
아무개 게임은 재미 있던데, 비슷하게 못 만들겠니
?”

요즘 무슨 게임이 유행하던데, 아무개 게임은 그걸 잘 따라 간 것 같더라
.”
한참 고민을 했다.
 
그 동안의 자존심이 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많이 누그러진 상태에서
다른 게임들을 조금씩 따라 해 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은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이후로는
대부분의 일을 그런 식으로 진행했다.

, 이상했어요.
되게 자존심은 상하는데,
 
막상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반응은 좋은 게 보이니
점점 인기 있는 게임과 비슷하게 만드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더라구요.”

그러다 문득 자신이 하는 일을 돌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에게서 많은 것들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1.
새로운 시도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 진다

"
전 새로운 것들을 많이 만들고 싶었어요.
생각도 많았고, 그런데 이제는 자신이 없습니다.
 
의미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는 이제 더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사실 스스로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거든요."

2.
훔쳐 쓰는 것에 대해 무뎌진다

"
처음에는 되게 조마조마 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알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이 비난하지 않을까.
 
그런데 차차 사람들이 그런 일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죠.
 
저 혼자만 한 고민이었죠.
이제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걱정 안 되요."

3.
발전보다는 후퇴에 더 신경이 쓰인다

"
개발자로서 이름을 남기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런 건 힘들 것 같고..
 
결국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데,
성과 없이 수년이 지나니까 지치더라구요.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 유행에 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결국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 진다

꽤 촉망 받는 개발자였던 사람이
우연히 표절이라는 것을 한 후에 스스로 무너져 가고 있었다.
 
이제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도전하고,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였다.
이미 표절을 함으로써 악순환 고리에 들어 오게 된 것이다.

보통의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표절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창작을 하는 직업이 아니라 그렇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사실 인간은 표절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너무 달콤한 유혹이다.
이미 되어 있는 것을 고민의 과정 없이 진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솔깃한 유혹인가?

직장에서 새로운 기획안이 다른 부서에서 나왔을 때
그것을 구해 따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는 다른 회사에서 만든 사업 계획안을
자신이 만든 것인 양 예쁘게 꾸며서 상사에게 보고를 한 경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표절이 아니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과거에 만들어 놓은 문서 내용을
그대로 들어 다 쓴 적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표절이며,
위에서 말한 창작을 하는 개발자가 아니라도
 
분명 보통 직장인들도 표절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결국 자신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부지런히 자신의 것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것만이
표절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재창조(reinvention)란 말로
스스로 하고 있는 표절 행위를 부인할 수 있다.
 
하지만 재창조는
무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것을 본받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람은
그 일의 배경을 새로 짜야 한다.
 
본받으려고 하는 것의 틀에 갇혀 있다면
그것은 표절의 그럴싸한 포장일 뿐이다.

지금 표절을 하고 있는가? 스스로 표절에 대해 못 느끼고 있는가?
표절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쳐 보자.
 
 
"베끼기가 구제 받을 수 있는 경우는 한 가지뿐이다.
베낀 것이 베껴진 것 보다 낫다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때."

-
건축가 인철 교수-
 
 
(고평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