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제품 개발을 위한 마케팅전략
애경산업의 제품 중에는 1등 브랜드가 많다.
스파크, 크린싱크림, 트리오, 하나로샴푸, 크리어 등등.
우리 회사의 전략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세그먼트별 1등' 혹은 '빅 브랜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주방세제를 중심으로
어떻게 한 제품이 탄생하는지 그 과정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미 많은 회사들이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제품을 탄생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마케팅 교과서에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지침서에 들어 있는 내용도 아닌,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
즉, 다국적 회사들에서의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내용인 만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제품개발은 물음표로부터
제품 개발의 첫 번째 단계는 thinking(아이디어의 탄생)이다.
'만약에 샴푸와 린스가 하나로 합쳐지면 어떨까?,
5Kg짜리 스파크를 조그맣게 줄일 수는 없을까?,
식기의 세균까지 없애주는 세제가 있다면? 과 같은 물음표에서 시작된다.
그 다음에는 제품 컨셉을 결정한다.
제품 컨셉은 그 제품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제품을 놓고 '이것은 무엇인가?'(What is this?)라고 물었을 때
한마디로 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정의를 내릴 뿐만 아니라
이러한 컨셉에 대한 테스트를 해야 한다.
세균까지 없애주는 세제가 나온다면
구입할 의향이 있는지를 소비자에게 물어보아
그 비율이 높게 나와야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이다.
제품 컨셉이 결정되면
거기에 맞는 브랜드 네임을 우선 설정한다.
가능하면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쉬우면서
제품의 속성을 드러낼 수 있으면 유리하다.
'참나무통 맑은 소주'는 이를 이용한 좋은 예이다.
여기서도 소비자에게
테스트를 거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단계는 문서상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모두 생산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샴푸와 린스를 한 병에 담았을 때
알 수 없는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고,
피부에 부적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연구소의 도움이 필요하다.
연구소에서는 마케팅부서에서 원하는 사항들을 바탕으로
실제 제품화할 수 있도록 한다.
소비자테스트는 필수
다음 단계는 임시로 형태를 결정하여
소비자들이 사용해 보도록 한다.
Home Use Test 단계다.
이 때 유의할 것은, 이전에 세워두었던 제품 컨셉과 일치하느냐이다.
샴푸와 린스 기능이 하나로 합쳐진 제품인데,
실제 사용해 보니 샴푸처럼 깨끗하지도 않고 머리도 뻣뻣해진다면,
출시되더라도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난다.
통상적으로 5점 단위로 테스트를 하는데
3.5면 매우 좋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4점은 되어야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또 5점으로 모두 나오면
이 제품은 히트할 것이라고 미리 판단해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하나의 테스트 뒤에 숨어 있는 부수적인 요인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나라 사람들은 매우 좋다거나
매우 나쁘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나빠도 '그저 그래요'라고 말하고 3점은 준다.
그 사이에 4점짜리가 몇 개 있으면 전체 평균 3.5가 되는데
이것을 두고 아주 좋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외국 회사들이 우리 나라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이것도 포함된다.
그들은 한국인의 심정적인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수치만으로 판단하려 든다.
따라서 테스트 결과와 리서치 에이전시의 프리젠테이션을 종합해
약점과 강점을 가려내고 종합적인 결론을 내려야 한다.
패키지 디자인도 중요하다.
움직이는 광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표가 새겨진 종이가방을 만들 때는
상표의 크기나 위치를 정하기 전에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옆에서 본 모습, 가방을 메었을 때의 모습과 위치 등
실제 사용환경에서의 디자인이 필요하다.
특이한 디자인만이 능사는 아니다.
제품용기는 너무 비싼 재료를 쓸 필요는 없겠지만
얇거나 떨어뜨렸을 때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강도는 있어야 한다.
우리 회사에서 실시하는 또 하나의 테스트는
실제로 제품을 수송해 보는 것이다.
시골의 비포장 길 등에서 실었을 때
찌그러지지 않는지를 조사하고,
4%이상 찌그러진 경우에는 다시 제작한다.
그러나 무조건 튼튼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원가 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원가부담도 줄이면서 제품의 안전성도 보장할 수 있는
적정한 선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테스트마켓(시험삼아 시판해 보는 것)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상점에 물건을 진열해 두고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한다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실제 판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고,
실패를 예방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런칭계획은 세밀하게
모든 테스트가 끝나면
런칭계획을 세운다.
마케팅믹스(4P), SWOT분석, 광고지원계획, 경쟁사 상황, 배급타겟 결정 등
제반요소를 세세하게 문서로 작성해야 한다.
마케팅 믹스보다 더 중요한 것은 SWOT분석이다.
강점(Strengths)과 약점(Weaknesses), 기회요인(Opportunities)과
위협요인(Threats)을 분석하는 일은 제품의 성패에 직결된다.
경쟁사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만약 경쟁사에서 타 업종에 진출한다면
그 만큼 신경이 분산될 것이므로 자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음은 광고 제작이다.
그 첫 단계인 애드버타이징 브리프(AD Brief)는 아주 중요하다.
사실 광고를 만드는 것은 광고주라고 할 수 있다.
광고물 제안, AD Brief, 광고 횟수 등 매체계획을 하는 것들은
모두 광고주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광고를 잘못 만들었다고 대행사를 갈아치우는 광고주는 이미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광고대행사 핑계대는 회사 제품이 성공한 예를 본 적이 없다.
광고 Brief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대행사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다음은 광고대행사가 광고주에게
클라이언트 브리프(Client Brief)를 한다.
여기서도 광고대행사가 광고주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상호 의견을 교환하게 된다.
상호 브리프가 끝나면 모델을 정하고,
스토리보드를 만든 후 촬영을 하게 되는데,
문제가 되는 것이 하나 있다.
KOBACO의 검열이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은 법을 지키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경험 한 가지를 말한다면, 외국 회사의 샴푸 Product Manager로 있을 때,
비듬예방이 되는 샴푸를 개발했다.
그러나 법규에는
'비듬'이나 '예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비듬'이나 '예방'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도
그 사실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궁리 끝에 나온 광고.
옷에 묻는 비듬을 털면서 모델이 '문제 없어요'라고 했다.
이 광고는 기대이상의 효과를 보았고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5개월만에 7% 점유율을 기록했다.
우리 나라에는 유난히 금지규정이 많다.
그러나 스마트한 회사에게는 유리하다.
타사는 할 수 없는 것을 자기는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제품 생산과정을 살펴보았다.
이 요소들이 적절하게 합쳐질 때 성공적인 마케팅이 이루어질 수 있다.
경쟁사를 이용하라
여기서 하나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쟁사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샴푸와 린스를 한 용기에 담아 사용할 수 있게 한 제품으로
애경산업의 '하나로'와 리도 '투웨이', 럭키 '랑데뷰'가 나왔다.
럭키는 광고에서 '샴푸와 린스가 하나로
럭키 랑데부 샴푸'라고 했고,
리도는 '샴푸와 린스가 하나로
리도 투웨이 샴푸'라고 했다.
이 두 제품이
'하나로'를 광고해 주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물건을 고를 때 머리 속에 남는 것은
'하나로'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브랜드 네임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과,
경쟁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 서 환 / 애경산업 마케팅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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