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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辨) 사에 대한 변[辭辨] -이색(李穡)-

천하한량 2007. 5. 1. 02:52

변(辨)
 
 
사에 대한 변[辭辨]
 

이색(李穡)

부(賦)란 것은 근세에 시작되었다. 그것은 삼위(三緯)에 근원하였는데 삼위(三緯)가 변하여 소(騷)가 되고, 소가 변한 연후에 부(賦)를 짓게 되었다. 사(辭)란 것은 공씨(孔氏) 계사(繫辭)에 나왔는데, 《주역(周易)》을 찬양한 것이다. 지금 그 사(辭)의 글을 읽어보면, 운(韻)을 단 것이 매우 많은데, 아마 그 역시 《서경(書經)》의 갱재(?載)란 것에 근본하였는 듯하다.
초 나라 굴원(屈原)이 소를 지었는데 그것은 변아(變雅)의 유행인 것이다. 송옥(宋玉)ㆍ경차(景差)ㆍ가의(賈誼)가 잇달아 일어나 부를 지었는데, 원류(源流)가 여기서 갖추어졌다. 한(漢) 나라가 일어나자 무제(武帝)가 추풍사(秋風辭)를 지었는데, 대개 소(騷)에 근본하여서 말이 더욱 질박 고상하고, 진(晉) 나라 처사 도연명(陶淵明)이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지었으되, 말이 번다하나 부(賦)보다는 오히려 간략하고, 반고(班固)와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일어나자, 남김 없이 포괄하였기 때문에 1편(篇)을 10년만에 이루었다는 말까지 있으니, 아, 만족하기도 하나 그 또한 유감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유독 글뿐만 아니라 흔히 겉으로 꾸민 것이 날로 더해 가면서 속에 쌓인 것은 날로 깎아서 줄고, 지엽(枝葉)이 무성하면서 근본이 쇠약해지는 것은 매우 괴이한 일이다. 근본을 무성하게 한다면 지엽은 성기더라도 또한 무엇이 해롭겠으며, 또한 무엇이 해롭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