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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跋) 서 이수보 시 권후(書李壽父詩卷後) -이색(李穡) -

천하한량 2007. 5. 1. 02:32

발(跋)
 
 
서 이수보 시 권후(書李壽父詩卷後)
 

이색(李穡)

이군 수보가 나에게 행촌(杏村)이 쓴 수보(壽父)의 두 대자(大字)와 익재(益齋) 노인의 시와 설(?)공의 명(銘)을 보였는데, 그 인(仁)과 수(壽)의 훈석을 더할 수 없이 다하였으나, 그 뜻을 어기기 어려워서 또 고하기를, “사람과 초목ㆍ금수는 다 만물의 하나이나, 사람은 천지와 함께 더불어 짝하여 셋에 참여한다. 그러나 고금을 통하여 찾아보아도 초목ㆍ금수와 더불어 같이 썩지 않은 자가 거의 희소하나, 이(伊 이윤)ㆍ부(傅 부열)ㆍ주(周 주공)ㆍ소(召 소공)의 부귀와 이(夷 백이)ㆍ제(齊 숙제)ㆍ공(孔 공자)ㆍ안(顔 안자)의 빈천이 있지 않으냐. 오직 능히 천지와 짝을 지어도 부끄럽지 않기 때문에 당시에 나타나고, 후세에 이름을 남기기를 저와 같이 오래할 수 있는 것이다. 수보는 능히 부귀와 빈천으로도 그 마음을 손상하지 않고, 그 이ㆍ부ㆍ주ㆍ소와, 이ㆍ제ㆍ공ㆍ안이 초목ㆍ금수와 더불어 같이 썩지 않은 까닭을 힘써 구한다면, 비로소 가히 그 이름과 자를 실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