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記)
남양부 망해루기(南陽府望海樓記)
남양부(南陽府)는 삼국 시대에는 당성(唐城)이라고 이름하였다. 본조(本朝 고려)에 들어와서 중세 이후로는 익주(益州)로 되었다. 이 고을의 홍씨(洪氏)는 태조가 처음 일어날 때부터 익대공(翼戴功)이 있었으니, 휘(諱)가 은열(殷悅)이라고 하는 이가 바로 그 사람이다. 대대로 거족을 이루었으니, 강도(江都)의 말기에 이르러 남양군(南陽君)이 권신을 베어 죽이고, 정권을 왕실로 도로 돌렸으며 문예부주(文睿府主)를 낳아 양조(兩朝) 의 태후가 되었으므로 이 고을을 부(府)로 승격시켰다. 대개 산천의 신령하고도 뛰어난 정기가 뭉쳐서 아름다운 상서를 낳아, 억만년 영원히 끝이 없는 왕업의 기초를 이루었으니, 진실로 다른 군현(郡縣)과 똑같이 다룰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곳의 수령을 소중하게 여기고 또한 반드시 신중하게 뽑아 임명한다.
해정어수(海亭漁?)라고 하는 정후(鄭侯)가 부임하여 말하기를, “태양에는 나오고 들어감이 있고, 물에는 원류와 끝이 있다. 비록 멀고 큰 것일지라도 탐구의 방법을 잘하는 자는 다 알 수 있다. 더구나 군왕이 출생한 근본인 곳임에랴. 신하된 자는 진실로 마땅히 삼가 공경하여 감히 소홀하게 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나는 영광스럽게 임금의 은택 있는 말씀을 받아 군왕이 출생한 땅의 수령이 되었다.” 하고, 이 때문에 밤낮으로 오직 삼가고 공경하고 우선 덕(德)으로써 힘을 썼다.
아전들을 교화하는 데 감히 법으로 대하지 아니하며, 백성을 은혜롭게 대하여 감히 위압을 가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 지 1년이 되어 고을 안이 매우 평화로운 것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없고, 해로운 것은 모두 없어졌다. 이에 누대를 고을의 치소에 세워 보는 것을 장대하게 하고 빈객과 사신들을 기쁘게 하려 하였다. 이름을 ‘망해루(望海樓)’라고 붙이었다. 그의 아들 국자감(國子監)의 학생인 정이(鄭彛)를 시켜, 나의 글을 받아서 기문으로 삼았다.
이 고을에 옛날에는 못이 있었는데, 오래도록 폐지하고 수리하지 않아 위에는 잡초가 우거지고 아래에는 앙금이 쌓이니, 그곳 사람들이 그 안에서 함부로 경작하게 되었다. 고을 사람들이 서로 전하여 말하기를, ‘못에 살던 용(龍)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간 뒤로 못이 말라버렸다.’ 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정후(鄭侯)가 부임하여 못을 파내고 수축하게 하였더니, 이날 검은 구름이 갑자기 동남쪽에서 일어나고 바람과 우레가 따라왔다. 고을 사람들이 바라보니 높이 드러난 용의 꼬리가 못에 내려왔다. 못의 물이 사흘동안 끓어오르고 흰 기운이 뭉게뭉게 일어나서 그치지 아니하였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겼다고 한다.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음의 작용은 위대한 것이다. 마음을 한번 정하면 온 천하에 족히 못할 것이 없다. 정후(鄭侯)의 공경하고 조심하는 마음이 환하게 틔어서 막힘이 없기 때문에 드러난 데에서는 인화(人和)를 가져오고, 그윽한 곳에서는 영물(靈物)을 오게 한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이 누(樓)를 창건한 것은 작은 일이니 무엇 말할 만한 것이 있겠는가. 그런 까닭에 고을의 고사(故事)를 적고, 뒤에는 용이 돌아온 유래를 기록하여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알린다. 정후의 이름은 을경(乙卿)이고, 자(字)는 선보(善輔)이다. 국가의 기둥이 될 만한 재목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
[주D-001]권신 : 무장으로 4대 동안 국가 권력을 잡었던 최충헌(崔忠獻)의 가문을 말함.
[주D-002]문예부주(文睿府主) : 충숙왕(忠肅王)의 비(妃) 명덕왕후(明德王后)
[주D-003]양조(兩朝) : 충혜왕(忠惠王)과 공민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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