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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탐구 (9)]“폐기능 장애가 아토피와 관련”

천하한량 2007. 4. 6. 01:03
[질병 탐구 (9)]“폐기능 장애가 아토피와 관련”
폐호흡이 원활하지 않으면 피부호흡에 과부하 걸리고 노폐물 쌓여
[인터뷰]편강한의원 서효석 원장

올해 4살이 된 최원석군은 얼마 전부터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등과 배가 가렵다며 긁어대기 시작했다. 이내 얼굴뿐만 아니라 등과 배도 불그스름해졌다. 밤낮없이 긁어대다 보니 심하게 긁은 부위는 딱지가 앉아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병원 진단 결과 최군의 증상은 아토피 피부염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세 이하 영유아 5명 중 1명꼴로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가을에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때는 아기 때부터 아토피를 앓아온 6살짜리 아들을 둔 30대 여성이 민주노동당 측 증인으로 나와, 환경성 질환으로서 아토피의 심각성을 생생히 증언하기도 했다.


아토피의 증상은 환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피부가 극도로 건조해짐에 따라 심한 가려움증을 느끼게 되고 경우에 따라 발진, 진물, 각질 등이 생기기도 한다. 목과 얼굴을 비롯해 팔꿈치 안쪽, 무릎 뒤쪽, 엉덩이나 사타구니처럼 살이 접히고 주름진 부위에서 주로 증상이 나타난다. 아토피로 인한 가려움증은 성인도 긁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문제는 긁으면 긁을수록 가려움증이 사라지기는커녕 더 심해진다는 점이다. 가려워서 긁고, 긁어서 더 가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피부는 점점 수분을 잃고 더욱 건조해져 나중엔 딱지가 앉은 것마냥 딱딱해진다.


최근 10년 사이 아토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의 수는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아토피의 정확한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아토피라는 말의 어원 자체가 ‘알 수 없는’ ‘이상한’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다만 유전적인 요인과 특수한 환경이 결합해 아토피가 발병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부모 모두 아토피를 앓았을 경우 아이의 약 80%, 부모 중 한쪽만 겪었을 경우엔 약 50%에서 아토피가 나타난다. 아토피가 발병하는 환경적 요인으로는 스트레스, 새집증후군을 비롯한 환경유해물질, 고기 등을 통해 우리 몸에 축적되는 항생 소염제 등이 있다.


아토피는 보통 유아에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인식된다. 발병 시기가 대체로 생후 2~6개월 사이고, 아토피 환자의 85% 정도가 만 5세 이전에 증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 상당수가 성인이 되면서 자연 치유된다. 하지만 약 25% 정도는 성인이 된 후에도 증상이 나타나곤 한다. 특히 최근엔 이러한 성인 아토피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토피는 가려움증에서 비롯되는 물리적 증상 외에도 여러가지 부작용을 가져온다. 어린 시절 아토피를 앓을 경우 가려움 때문에 주의가 산만해져 학습에 지장을 받는다. 흉측해진 피부 때문에 주위 친구로부터 따돌림을 받으면서 피해의식과 같은 정신적 상처를 받기도 한다. 성인의 경우도 장기간 아토피에 시달리다 보면 쉽게 우울해지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신경질적으로 변하게 된다.


현재 서양의학에서 아토피에 효과를 보이는 거의 유일한 처방은 스테로이드다. 바르는 약으로 제조된 스테로이드를 환부에 바르면 처음 아토피를 앓는 환자 대부분에게서 효과를 보인다. 문제는 약을 끊으면 금세 증세가 재발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스테로이드에 내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나중엔 고혈압, 성장억제 등 스테로이드로 인한 부작용까지 안게 될 위험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예부터 ‘폐주피모(肺主皮毛)’라 하여 ‘폐가 피부와 모발을 주관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피부병인 아토피도 폐와 관계가 있다고 본다. 폐와 피부는 전혀 다른 기관으로 생각되지만 폐뿐만 아니라 피부도 호흡작용을 한다. 호흡이란 본래 우리 몸속의 나쁜 것은 배출하고 좋은 것은 받아들이는 작용인데, 피부는 땀구멍 등을 통해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체 호흡량의 95%를 폐가 담당하고 나머지 5%는 피부가 차지한다. 따라서 폐가 호흡기로서 제기능을 다하지 못해 노폐물을 적절히 내보내지 못하면 또다른 호흡기인 피부에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결국 피부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아토피가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아토피를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선 폐 기능을 정상적으로 돌려놓는 한편, 땀을 많이 배출함으로써 땀구멍과 모공에 쌓인 노폐물을 빼내야 한다.


아토피는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 평소 집안 공기를 청결히 하는 것은 물론 침구류 등을 수시로 세탁, 살균함으로써 집먼지 진드기를 비롯한 각종 피부 유해균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 아토피로 건조해진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주면 가려움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수분 공급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목욕으로, 물 온도는 38~42도 정도가 적당하고, 비누는 일반 비누보다 중성이나 약산성의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목욕 후 물기가 어느 정도 남아있는 상태에서 보습제를 발라 수분을 유지하고, 가습기나 젖은 빨래 등을 이용해 실내습도를 50~60% 정도로 유지하면 도움이 된다.



김재곤 주간조선 기자(tru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