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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탐구 (10)]글씨 볼 때 얼굴 찡그리면 노안 의심

천하한량 2007. 4. 6. 01:03
[질병 탐구 (10)]글씨 볼 때 얼굴 찡그리면 노안 의심
노안(老眼)
[인터뷰]아이러브안과 박영순 원장

어려서부터 시력만큼은 누구 못지 않았다는 강모(54)씨는 얼마 전부터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글씨가 희미하게 퍼져 보인다는 것을 느꼈다. 차라리 멀리 떨어뜨려 놓고 보는 것이 편했다. 글씨를 볼 때마다 습관적으로 얼굴을 찡그리다 보니 주변사람들은 “어디 불편하냐”며 병원에 가보라고 권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강씨는 노안(老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렇듯 나이가 들면서 눈앞 25~30㎝ 정도 거리의 가까운 곳에 있는 사물이 잘 안 보이면 노안을 의심해 봐야 한다. 노안은 노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증상이다. 보통 40~45세 정도부터 시작돼 60세 정도가 되면 증세를 심각하게 느끼게 된다. 우리가 노화를 피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안 또한 피할 수 없다.


노안은 원시(遠視)나 근시(近視)와 같은 시력장애와는 근본적으로 원인이 다르다. 우리 눈엔 카메라의 렌즈처럼 초점거리를 조절해주는 수정체가 있다. 수정체는 모양체근이라고 하는 근육에 의해 크기가 조절된다. 가까운 거리의 사물을 볼 때는 커지고, 멀리 있는 것을 볼 때는 작아짐으로써 초점 거리를 자유자재로 맞춘다.


카메라의 줌 렌즈를 이용해 먼 곳에 있는 사물을 순간적으로 당겨서 보거나 혹은 그 반대로 할 경우 일시적으로 초점의 상이 흐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갑작스런 초점거리의 변화를 카메라 렌즈가 따라가지 못해 일시적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우리 눈은 어떤 카메라보다도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에 원거리와 근거리를 갑작스럽게 번갈아 보더라도 초점이 흐려지는 일이 없다. 초점거리가 자동적으로 맞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이라는 카메라가 제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세월 앞에선 에러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나이가 들면서 다른 근육의 힘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정체를 조절하는 모양체근도 탄력이 떨어지면서 조절능력에 이상이 생겨 가까운 곳의 사물이 희미하게 보이게 된다. 노안으로 인해 먼 곳보다 가까운 곳의 사물을 보기가 힘든 것은 모양체근이 이완보다 수축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까운 곳의 사물을 보기 위해선 모양체근이 수축함으로써 수정체가 두꺼워져야 한다. 이처럼 노안은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노화 증상의 일종이다. 안구의 길이나 수정체의 굴절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원시나 근시와 구별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노안의 증상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신문이나 책을 읽을 때 평소보다 멀리 떨어뜨려놓고 읽어야 잘 보이게 되는 것이다. 또 책을 한참 읽다가 갑자기 먼 곳을 바라보면 잠시 동안 초점이 잘 맞지 않는 것을 느낀다거나, 근시인 사람의 경우 신문을 볼 때 안경을 벗는 편이 더 잘 보인다면 노안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책을 조금만 오랫동안 보면 눈이 피로해지고 머리가 아프다든지, 책을 볼 때 처음엔 잘 보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글자가 흐려진다든지 하는 것도 노안의 징후이다.


노안에 따른 불편함은 평소 눈의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우선 정상적인 눈을 가진 사람은 책을 볼 때 돋보기를 끼는 정도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된다. 근시(近視)가 있다면 평소 안경을 쓰다가 책을 볼 때만 안경을 벗어주면 된다. 가장 괴로운 것은 원시(遠視)가 있는 경우다. 이때는 평소 안경을 쓰다가 책을 읽을 때는 돋보기로 바꿔줘야 한다.


누구나 노안을 겪지만 노안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노안에 대해선 잘못된 속설도 많다. 흔히 노안으로 인해 돋보기를 쓰기 시작하면 눈이 계속 나빠진다며 돋보기 쓰기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눈이 계속 나빠지는 것은 돋보기 때문이 아니라 노안의 증상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심해지기 때문이다. 돋보기를 쓰지 않고 마냥 버틸 경우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나아가 두통에 시달릴 수 있다. 또 근시인 사람은 노안이 오면 되레 시력이 좋아진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잘못된 상식이다. 이는 근시가 있는 사람의 경우 노안이 와도 안경만 벗어주면 가까운 곳의 사물을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시력이 좋아진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노안을 극복하는 방법은 돋보기에 의지하는 것이 거의 유일했다. 하지만 최근엔 레이저를 이용한 시술이 보급되면서 굳이 안경을 쓰지 않고도 노안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노안은 한 번 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증세가 꾸준히 진행되기 때문에 한번 돋보기를 맞추거나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후에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자신의 눈 상태를 체크해 나가야 한다.



김재곤 주간조선 기자(tru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