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가시선 서문[八家詩選序]
시(詩)가 아(雅)ㆍ송(頌) 이후로는 정성(正聲)은 점점 미약하여,
제(齊)ㆍ양(梁)에 와서는 여러 작가가 조잘거리다가,
당(唐) 나라에 이르러서야《시경》 3백편의 여운이 있었으며,
송(宋) 나라에서 대가(大家)라고 불리는 몇 분도 당 나라의 시인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뒤에 시를 말하는 자가 당이니 송이니 할 뿐이다.
그러나 여러 시집이 너무도 많아 누구나 쉽게 전부를 볼 수 없음이 병통이었다.
하루는 비해당(匪懈堂)이 이를 언급하니,
이 때문에 당ㆍ송의 시를 모아 책을 만들어 보고자 하여
두서너 문사와 더불어 나누어 뽑았으나,실은 비해당이 주관하였다.
그래서 당(唐)에서는 이백ㆍ두보ㆍ위응물ㆍ유종원을,
송(宋)에서는 구양수ㆍ왕안석ㆍ소식ㆍ황정견의 시(詩)에서,
오언(五言)ㆍ칠언(七言)의 율시와 칠언절구(七言絶句) 등에서
모범이 될 만한 것 몇 수를 모아 10권으로 나누어서 읽고 보기에 편하게 꾸몄다.
그 나머지 이름 있는 분도 또한 많지만 다 수록하면 번거롭기 때문에
이 여덟 분으로 끊고 다른 분은 제외시켰다.
이 책이 간결하면서도 정밀하고 전아하면서도 화려하여 참으로
《시경》 3백편의 우익(羽翼)이 되어,
앞으로 시도(詩道)를 진흥시키고 아ㆍ송을 만회할 시초가 될 것이니,
뒷날 배우는 사람에게 공을 세움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비해당은 영특한 자질로 부귀한 지위에 있으되,
담박한 것으로 몸을 지키며 문장으로 혼자 즐겨
그 마음가짐이 이러한 데까지 미쳤으니,
천백년 뒤에 반드시 이 책으로 말미암아 그 아담한 운치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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