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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貂蟬), 사랑의 삼각주를 돌아간 여인

천하한량 2007. 3. 29. 16:57
초선(貂蟬), 사랑의 삼각주를 돌아간 여인
 
1.   폐월수화(閉月羞花)의 미인
 
달이 가려지고 꽃이 부끄러워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인을 말한다.
중국의 시나 부를 읽다 보면 미인을 두고 '침어낙안(沈魚落雁)'이나 '폐월수화(閉月羞花)' 또는 '명모호치(明眸皓齒)'라는 말을 간혹 만나게 된다.

이중에 침어(浸魚)에 해당하는 미인이 바로 서시(西施)이다.
어느날 서시가 강변에 앉아있었는데 강물에서 수영하던 물고기가 서시의 아름다움에 반해 수영하던것도 잊고 가라앉았다고 한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침어(浸魚)이다.

낙안(落雁)은 왕소군
(王昭君)을 말하는 말인데 타고난 미모로 오랑캐인 흉노에게 시집을 보냈는데 집을 떠나는 중 기러기를 보고 고향 생각이 나서 악기 금(琴)을 탔다고 한다.
기러기가 나는 걸 잊어버리고 땅에 떨어져서 낙안((落雁)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폐월(閉月)은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초선
(貂蟬)이라는 여인이다. 왕윤이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 시키기 위해 사용한 미인계를 통해 널리 알려진 미인인데, 어느 날 저녁 초선이 화원에서 달 구경을 하고 있는 데 구름 한 조각이 달을 가리웠다. 이를 보고 왕윤이 초선의 미모는 달조차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는다 라고 말한데서 유래한 말이 폐월(閉月)이라는 말이 됐다.

수화(羞花)는 바로 양귀비
(楊貴妃
)를 칭하는 말이다.
어느날 양귀비가 화원에서 꽃을 감상하다가 함수화라는 꽃을 건드렸는데 함수화가 바로 잎을 말아 올렸다 한다 이를 본 현종이 "그녀의 아름다움은 꽃조차 부끄러워하는구나" 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2.  명모호치(明眸皓齒)의 두 미인
 
1)  두보의 시 애강두(哀江頭)
 
밝은 눈동자와 흰 이라는 뜻으로, 빼어난 미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당(唐)나라 말기의 대 시인으로 시성이라고도 불린 두보(杜甫)의 시 애강두(哀江頭)에 나오는 말이다.
 
두보는 젊었을 때부터 각지를 떠돌며 이백(李白)·고적(高適) 등의 시인들과 교유해 관직에는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안록산의 난 중에 현종이 죽고 숙종이 영무(靈武)에서 즉위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의 나이 45세였다. 그는 영무로 오던 도중에 반군에게 체포되어 장안으로 압송 되었는데 그 후 그는 장안의 동남쪽에 있는 곡강(曲江)을 간혹 찾았다. 이곳은 당시의 왕후장상들이 자주 찾던 명승지였고, 현종도 여기서 양귀비와 즐거운 때를 보낸 적이 있다.
 
두보는 이 곳에서 옛 영화를 그리며 슬픔에 젖어 시를 지었는데, 이 시에서 양귀비의 모습을 그린 표현이 바로 명모호치이다. 양귀비는 피난길에 양국충을 죽인 군인들이 죽음을 요구해 마외역(馬嵬驛) 근처 불당에서 목매 죽었다. 두보의 시 애강두는 다음과 같다.
(전략)

명모호치금하재  (明眸皓齒今何在)  맑은 눈동자 흰 이는 지금 어디 있는가
혈한유혼귀주득  (血汗遊魂歸不得)  피 묻어 떠다니는 영혼은 돌아오지 못하고
청위동류검각심  (淸渭東流劍閣深)  맑은 위수는 동쪽으로 흐르고 검각은 깊기만 한데
거주피차무소식  (去住彼此無消息)  촉나라로 끌려가 사니 피차간 소식이 없네

시의 제목에 보이는 강두란 곡강 유역의 지명이다. 두보는 장안에 억류된 지 1년 만에 탈출하여, 숙종의 행재소로 달려갔고, 그 공을 인정받아 하급 관직에 등용되었다.

2)   조식의  낙신부(洛神賦)
 
七步詩        칠보시(일곱걸음의 시)
          曹植(조식)
煮豆持作羹  콩을 삶아서 죽을 만들고
녹시以爲汁  콩을 갈아짜서 즙을 만든다
기在釜下然  껍질은 솥밑에서 불타고
豆在釜中泣  콩은 솥안에서 운다.
本自同根生  원래는 같은 뿌리에서 생겨났는데
相煎何太急  서로 어찌 이리 심하게 볶아야 할것인고

형인 조비가 일곱 걸음 안으로 시를 짓지 않으면 죽인다고 해서 동생인 조식이 형제가 다투는 것을 슬퍼하며 읊은 시로 이 시를 듣고 형 조비가 그의 잘못을 뉘우치고 동생을 감싸 안았다고 한다.  한편 아래의 시로 우리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 있어 잠깐 여기에 소개한다.
 
     豆     燃     豆     기(콩깍지 기)    콩깍지 태워 콩을 삶으니
     在     釜     中     泣                  콩은 솥 안에서 우는구나
     是     同     根     生                  본디  같은 뿌리에서 났는데
     煎     何     太     急                  어찌 이리 심히 볶아대는가
 
 
이렇게 뛰어난 문장으로 조조의 사랑을 받았던 조조의 삼남 조식은 칠보시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한편으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슬픈 로맨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견씨 성의 여인을 은근히 짝사랑했는데 그녀는 형인 조비에게 시집가 견황후가 되었다. 그녀는 얼마 후 곽씨에게 황후의 자리를 빼앗기고 죽음을 당했고 조식은 그녀의 유품인 베개를 형 위제 조비로부터 받아 임지로 돌아오는 길에 낙수가에 이르렀다.

그때 조식은 사랑했던 그녀의 모습을 회상하며 매우 비감한 심정을 담아 낙신부(洛神賦)를 지었다.

낙신부 (洛神賦)
 

엷은 구름에 싸인 달처럼 아련하고
흐르는 바람에 눈이 날리듯 가뿐하다.
*1

어깨선은 깎은 듯 매끄럽고
허리에는 흰 비단을 두른것 같다.

목덜미는 길고 갸름하며
흰 살결을 드러내고 있다.

향기로운 연지를 바르지도 않고
분도 바르지 않았다.

구름같은 모양으로 머리는 높직하고
길게 그린 눈썹은 가늘게 흐른다.

빨간 입술은 선연하게 눈길을 끌고
하얀 이는 입술 사이에서 빛난다. *2

초롱한 눈은 때로 곁눈질 치고
보조개는 귀엽기 그지없도다.'

 
*1  폐월(閉月)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낙신부에서 폐월의 명구를 낳고 있다.
*2  명모(明眸)란 시원스럽고 맑은것, 호치(皓齒)는 하얗고 아름다운 이를 말한다
    명모호치'는 미인의 조건이 되었다.


3)  솔로몬이 노래한 술람미 여인
 
내 사랑 너는 어여쁘고 어여쁘다
너울 속에 있는 네 눈이 비둘기 같고
네 머리털은 길르앗 산 기슭에 누운 무리 염소 같구나
네 이는 목욕장에서 나온 털 깎인 암양
곧 새끼 없는 것은 하나도 없이 각각 쌍태를 낳은 양 같구나
네 입술은 홍색실 같고
네 입은 어여쁘고
너울 속의 네 뺨은 석류 한쪽 같구나
네 목은 군기를 두려고 건축한 다윗의 망대 곧 일천 방패 용사의 모든 방패가 달린 망대 같고
네 두 유방은 백합화 가운데서 꼴을 먹는 쌍태 노루 새끼 같구나  
<아가서 4:1-6>
 
조식이 견여인을 그리며 그 아름다움을 회상하며 노래한 중국 미인의 모습이나  아가서에서 솔로몬이 이렇게 절절한 구애의 연가를 부르며 사랑을 호소한 술람미 여인의 모습은 동서와 고금을 떠나서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3.  16살의 초선을 벗기며 떠는 왕윤
 
왕윤은 떨리는 손으로 초선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한 겹 한 겹 비단옷이 벗겨져 나가며 백옥과도 같은 나신이 드러났다. 초선은 운명에 순응하기로 결심한 듯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오오······.”
초선이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전라가 되자 왕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찢어질 듯이 눈을 부릅뜬 채 초선을 내려다보았다.
<중략>
 
나의 사랑하는 자는 희고도 붉어 만 사람에 뛰어난다
머리는 정금 같고 머리털은 고불고불하고 까마귀 같이 검구나
눈은 시냇가의 비둘기 같은데 젖으로 씻은 듯하고 아름답게도 박혔구나
뺨은 향기로운 꽃밭 같고 향기로운 풀 언덕과도 같고
입술은 백합화 같고 몰약의 즙이 뚝뚝 떨어진다
손은 황옥을 물린 황금 노리개 같고
몸은 아로새긴 상아에 청옥을 입힌 듯 하구나
다리는 정금 받침에 세운 화반석 기둥 같고
형상은 레바논 같고 백향목처럼 보기 좋고
입은 심히 다니 그 전체가 사랑스럽구나
<아가서 5:10-16>
 
“음!”
왕윤은 단전 어림으로부터 불덩이가 치밀어 올라 목구멍까지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 순간 초선의 다리가 살며시 벌어지며 은밀한 속살을 내비쳤다.
“초선아······.”
왕윤은 인내의 한계가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초선의 나신 위로 몸을 굽혔다. 초선의 부드러운 팔이 뻗어와 그의 목을 휘감았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감미로운 향기가 왕윤의 사고를 마비시켜 버렸다. 그는 황급히 옷을 벗어 던지며 초선과 하나가 되기 위해 침대 위로 올랐다.
<호유삼국지 제3장 왕윤과 초선 중에서>
 
4.   동탁과 초선
 
초선의 얼굴은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동탁은 배꽃처럼 처연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물었다.
"흐음. 여포는 내 수족과 마찬가지다. 내 이 참에 널 그에게 줄까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초선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전신을 떨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옵니까? 천첩이 이미 전하를 섬긴 터에 이제 와서 포악한 도적에게 넘기신다니요?"
초선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벽을 향해 달려갔다.
"차라리ㆍㆍㆍ 죽으면 죽었지 욕을 볼 수는 없나이다!"
초선은 벽에 걸려있던 검을 잡아 뽑더니 그대로 자신의 목을 그었다. 동탁은 깜짝 놀라 손가락을 퉁겼다. 쩡!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동탁의 커다란 손이 길게 뻗더니 초선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진정해라. 내 잠시 널 시험해 본 것이다."
"흐흐흑!"
초선은 울음을 터뜨리며 동탁의 품에 몸을 던졌다. 그녀의 눈물은 동탁의 가슴을 흠씬 적셨다.
<중략>
동탁은 초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마라. 내 어찌 널 버리겠느냐?"
 
신을 신은 네 발이 어찌 그리 아름 다운가
네 넓적다리는 둥글어서 공교한 장색의 만든 구슬 꿰미 같구나
배꼽은 섞은 포도주를 가득히 부은 둥근 잔 같고
허리는 백합화로 두른 밀단 같구나 
두 유방은 암사슴의 쌍태 새끼같고
목은 상아 망대 같구나
눈은 헤스본 바드랍빔 문 곁의 못 같고 
코는 다메섹을 향한 레바논 망대 같구나
머리는 갈멜 산 같고
드리운 머리털은 자주 빛이 있으니
왕이 그 머리카락에 매이었구나  
<아가서 7:1-5>
 
동탁은 왕윤의 집에서 처음 초선을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다짐했다.
"내 이미 널 받아들이겠노라 약속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아무 걱정 말아라."
초선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 역시 그 날 일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순서가 달랐다. 왕윤이 그녀를 바치겠다고 한 것은 동탁이 아니라 여포가 먼저였다. 왕윤은 여포에게 초선을 주겠노라고 단단히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 동탁을 초대한 후 술대접을 했다. 그리고 술자리가 무르익었을 무렵 초선을 불러 인사시켰다.
동탁은 초선을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그가 초선에게 연신 욕정의 눈길을 보내는 것을 본 왕윤은 그에게 초선을 바치겠노라고 말했다. 동탁이 크게 기뻐한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동탁은 그 날 밤 초선을 데리고 가 자신의 여자로 만들었다. 여포로서는 두 눈 뻔히 뜬 채 초선을 자신의 주군에게 빼앗긴 셈이었다.
<호유삼국지 제18장 거마의죽음 중에서>
 
5.   한잔 술 사연으로 영웅은 쓰러지고
 
세상에는 술을 곤드래 만드래가 되도록 취하게 마시고 패가망신하는 사람들 얘기는 부지기수이다.
 
삼국지에서 생전 여포와 쌍벽을 이루었던 장팔사모의 장비는 도원 결의로 한 날 한 시에 같이 죽자고 맹세했던 둘째 형 관우가 죽자 그 원수를 갚겠다고 마음만 불같이 앞섰다가 뜻대로 안되자 인사불성 이 되도록 화술을 퍼 마시고 성급함을 못 이겨 부하들을 늑달하다가 결국 부하들의 배반으로 자신의 목이 달아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러나 여포는 이와는 반대로 금주령을 내렸다가 그 연유로 자신의 운명을 단축하고 비극으로 마감토록 했다는데 역사의 또 다른 모습의 아이러니를 만난다.
 
 
이때 초선이 방으로 들어오더니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아! 천첩,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어찌하여 옥체를 돌보지 않는 것인지요?"
여포는 초선을 보기가 부끄러웠다. 초선은 그의 품에 안기며 애절하게 말했다.
"밖으로 흉적을 둔 터에 이렇듯 주색에 몸을 망치고 있으면 천첩은 어찌하라는 말씀인지요?"
여포는 초선을 안고 분연히 말했다.
"내 오늘부터 술을 끊으리다!"
초선은 그의 뺨을 어루만지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당신께 변고가 있다면 이 초선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옵니다. 부디... 옥체 보중하옵소서."
여포는 초선의 젖은 뺨에 입술을 맞추며 말했다.
"명심하리다. 반드시 명심하리다! 내 어찌 그대를 죽게 하겠소?"
 
너는 나를 인(印)같이 마음에 품고  도장(圖章)같이 팔에 두라
사랑은 죽음 같이 강하고 투기는 음부같이 잔혹하며
불같이 일어나니 그 기세가 여호와의 불과 같으니라
이 사랑은 많은 물이 꺼치지 못하겠고 홍수라도 엄몰하지 못하나니
사람이 그 온 가산을 다 주고 사랑과 바꾸려 할지라도 오히려 멸시를 받으리라 
<아가서 8:6-7>
 
여포는 밖으로 나가 수하들을 불러놓고 선언했다.
"모두들 들어라! 오늘 이후로 술을 마시는 자가 있다면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참수할 것이다!"
 
그런데 마침 한 가지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그의 수하인 후성에게 아끼는 준마 15필이 있었는데, 그의 마부가 몰래 말을 끌어내어 유비에게 바치려다 발각된 사건이었다. 후성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마부를 쳐 죽이고 말을 찾아왔다.
그 일을 알고 동료들이 찾아와 그의 신속한 조치를 칭찬했다. 후성은 기분이 들뜬 나머지 집에 있던 술을 내어 동료들을 대접하려고 했으나 금주령(禁酒令)이 마음에 걸렸다. 생각 끝에 그는 술 다섯 동이를 안고 여포를 찾아갔다.
 
"속하가 주공의 위엄을 힘입어 잃었던 말을 찾아왔사온데, 여러 사람이 찾아와 치하하기에 술을 조금 마련했습니다. 하오나 금주령을 어길 수 없어 먼저 주공에 술을 바치고 꾸중을 들은 연후에 조금씩 나누어 마실까 합니다. 윤허하여 주십시오."
 
여포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노성을 내질렀다.
"내 이미 금주령을 내렸거늘 어찌하여 명을 듣지 않는 것이냐! 너희들이 작당하여 날 배신하겠다는 거냐!"
여포는 후성이 미처 변명하기도 전에 수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당장 저놈을 끌어내다 목을 쳐라!"
"주, 주공...."
후성은 크게 놀라 바닥에 엎드려 빌었으나 여포의 분노는 풀릴 줄 몰랐다. 그 소식을 듣고 송헌, 위속 등 여러 수하들이 달려와 애걸했다.
"주공! 후성이 잘못한 것은 사실이나 본의가 아님을 저희 모두가 압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두어 주십시오!"
 
여포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으나 수하들이 한결같이 간하므로 참수의 명만은 거두었다.
"후성이 금주령을 알고도 어기려 했으나 너희들의 낯을 봐 곤장 백대로 대신하겠다."
곤장 백대라면 초주검이 되고 만다. 수하들은 다시 간청을 하여 오십 대로 형량을 줄이게 되었다. 후성은 곤장 오십 대를 맞고 통곡을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 호유삼국지 제34장 떨어진 별 중에서>
 
한잔 술을 마시겠다는 부하를 곤장 오십대로 심하게 벌한 반발로 후성과 송헌,위속이 밤중에 배반하게 되었고 이들에 의하여 마침내 여포는 몸이 밧줄에 묶여 조조 앞으로 끌려 나왔다가 목이 매달려 죽은 뒤 그 수급은 나무에 매달리고 말았다. 일세를 풍미하던 천하의 영웅도 이런 초라한 죽음으로 역사의 종막 뒤로 사라져 가고 만 것이다.
 
한편 조조는 여포의 식솔들을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렸는데 유독 초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천하제일미인인 초선이 사라진 것에 대해 몹시 아쉬워했다. 하지만 어디서도 초선을 찾을 수 없었다. 일설에 의하면 여포의 수급이 걸려있는 곳에서 몇날 며칠 동안 한 여인이 구슬피 울다가 어딘가로 사라졌다는 소문만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6.   역사에 나타나는 초선을 찾아서
 


 
1)   왕윤의 가기(家妓)였다는 설
 
 
이 설은 연의의 영향에 의해 가장 널리 전해져 있어 영향력도 크다. 왕윤은 헌제의 사도이다. 동탁이 조정을 독점하여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백성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 제거하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동탁이 호색가였던 까닭에 그는 간통의 계략을 생각해냈다.
 
2)  동탁의 시녀였다는 설
 
이 설은 후한서 <여포전>과 삼국지 <여포전> 등 정사에는 여포와 동탁의 시녀가 간통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밀통 전후의 사정이 소개되지 않았고, 또 그 시녀의 이름도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삼국연의>에서는 여포와 초선이 봉의정에서 밀회하다 동탁에게 들켜 동탁이 화극을 휘두르는 내용과 일치하는데, 사람들은 이를 근거로 동탁과 여포가 반목하게 되는 주요 원인제공자인 초선이 실제로 동탁의 비녀인 것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3)   여포의 처였다는 설
 
배송지의 주에서 인용한 <영웅기>에 유비가 여포의 진영을 방문했을 때 여포는 '유비를 장막안으로 들이고 처의 침대에 앉게 하였다. 처를 불러 인사시키고 술잔을 나누며 요리를 권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여포의 처가 군대속에서 생활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이 처가 초선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송,원대에는 이 처야말로 초선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삼국지평화>도 잡극 <연환계>도 모두 이 설을 취했다. <삼국지평화>에는 여포의 처는 임씨로 자가 초선이었다고 한다. 한편 잡극 <연환계>에서 그녀의 성은 임, 자는 홍창으로 궁중에 들어갔을 때 초선(담비의 꼬리와 매미의 날개, 고관의 관을 장식하였다)의 관을  만들어 썼다는 것에서 초선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4) 여포의 부하 장수인 진의록의 처였다는 설
 
<삼국지.관우전>에서는 <촉기>를 인용하여 조조와 유비가 하비에서 여포를 포위했을 때 관우가 조조에게 부탁하여 여포의 부장 진의록을 밖으로 보내 아내를 구해 오게 하고 성이 함락된 다음에는 진의록의 아내를 자신이 차지하겠다고 하자 조조가 이를 허락했다고 밝히고 있다.

나중에 관우는 여러차례에 걸쳐 이를 상기시켜 진의록의 아내에 대한 조조의 호기심을 유발시켰고, 그리하여 성을 함락시키자마자 조조는 사람을 보내 진의록의 아내를 먼저 영내로 데리고 오게 하여 자기가 차지하려고 하는 바람에 관우가 몹시 불쾌해 했다고 한다.

 
한편 원대의 잡극<관공이 달빛 아래서 초선의 목을 베다>에서는 조조가 초선의 미모로 관우를 미혹하여 그를 제멋대로 이용하다가 마침내 관우가 초선의 목을 베어 자신의 심지를 밝힌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초선은 바로 진의록의 처로 묘사되어 앞서 언급한 관점과 일치한다.

이밖에 사천과 소훙,북경 지방에 전래되는 고전희극에도<초선의 목을 베다>라는 제목하에 여포가 백문루에서 죽자마자 장비가 그의 애첩 초선을 관우에게 헌납하고 관우는 그녀를 몹시 사랑하지만 자고로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여색에 미혹되어 패가망신했던 사실을 기억하고는 초선에게 자결을 명하는 내용이 묘사되어 있다.

7.  초선을 위하여 부르는 조곡
 
이렇게 왕윤,동탁,여포 등 세 사람의 여자였다는 초선은 나관중의 삼국지 초입 부에 등장하는 영웅호걸의 가슴을 전전하여 드디어 여인에게 담백했던 것으로 알려진 관우의 가슴을 끓게 하여 그의 품에 안겼지만 어느 날 여인과의 사랑을 넘어서서 남아의 길을 가야겠다는 관우의 차거운 칼날 앞에 목을 내밀어야 하는 초선은 영웅의 여인이 어떤 죽음을 운명으로 맞이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나당 연합군의 침공 앞에 전선으로 떠나기 전 사랑하는 처자식의 목을 베어야만 했던 계백장군과 그 부인의 심정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초선. 방년 열여섯 이팔청춘의 소녀를 열어 주인에게 꽃다운 순정을 바치고, 간신 동탁을 제거하여 동한왕조를 구하고자 하는 왕윤의 소원대로 동탁의 품에 안겨 여포와의 삼각관계
를 통하여 두 사람을 이간질 시키는 미인계의 그 무거운 짐을 기꺼이 졌던 여인.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영웅과 호걸들이 등장했던 시절.
미인을 탐하지 않으면 영웅이 아니라고 했던가? 
왕윤에게서 동탁으로 다시 여포와의 짧은 사랑과 이별 그리고 조조를 거쳐 관우에게로
이들 중 어느 한 영웅과의 로맨스 만으로도 사가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없을진대 운명은
어찌하여 당대를 주름잡던 최고의 영웅들이 그녀를 한번 보고는 그토록 가슴을 태우게 하였는지  
 
호유삼국지 제 34장 마지막에 잠깐 언급되어 있듯이 몇 날 며칠을 두고 여포의 수급을 쳐다보며 울다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여인. 그녀가 저 깊은 산속 더 넘어 저 구름 속으로 허망을 가늘게 노래하며 사라져 간 슬픈 운명의 여인 초선이었더라면 역사는 그녀에게 덜 잔인하였으리라.
 
비록 왕윤의 연환계에 스스로를 던져 동탁과 여포 사이를 오가며 이렇게 세 사람과 사랑의 삼각주를 돌아가며 울고 애타하였지만 동탁과 왕윤이 죽은 뒤, 오로지 한 마음 여인의 길로
돌아와 이제 여포를 일심으로 사랑하다가 금방 여포를 떠나 보낸 초선에게 조조나 관우와의 하룻밤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비록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고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