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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의(義)를 위하여 죽는다

천하한량 2007. 3. 29. 16:43
남자는 의()를 위하여 죽는다  
 
 
 
북망산천(北邙山川)이 긔 엇더하여 고금(古今)사람 다 가는고
진시황(秦始皇) 한무제(漢武帝)도 채약구선(採藥求仙)하야 부듸 아니 가려터니
엇더타 려산풍우(驪山風雨)와 무릉송백(茂陵松柏)을 못내 슬허 하노라
                                      병가()  1043
 
사람의 생명은 어쨌든 유한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죽어야만 한다. 그런 중에도 남을 위하여 자기 스스로 목숨을 바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왜냐하면 사람에게 주어진 목숨이야 말로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을 만치 고귀한 것이고, 또 두 번을 가질 수 없는 유일한 일회성의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어지면 어드러로 보내는고
뎌성도 이성갓치 님한데 보내는가
진실노 그러곳 할작시면 이제 죽어 가리라
                        청영(靑詠) 368
 
대체로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또는 의를 지키기 위하여 자기의 생명을 버리는 것을 주저치 않는 반면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또는 불타는 사랑을 위하여 귀한 생명을 던지기도 하는 것 같다.
 
사랑 (思郞)모여 불이 되여 가슴에 푸여나고
간장(肝腸)셕어 물이 되여 두 눈으로 소사 난다   
일신(一身)이 수화상침(水火相侵)하니 살동말동 하여라
병가() 780
 
성경에는 아비의 죄를 아들에게 묻지 않고 또 그 반대로 아들로 인하여 그 죄를 아비에게 묻지 말라는 말씀이 있다. 자녀로 인하여 아비를 죽이지 말 것이요 아비로 인하여 자녀를 죽이지 말 것이라(열왕기하 14:6)고 선언하고 있다. 아마샤가 왕이 되어 그 부왕 요아스를 죽인 신복들을 죽였으나 저희 자녀는 죽이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모세의 율법 책에 기록한대로 자녀로 인하여 아비를 죽이지 말 것이요 아비로 인하여 자녀를 죽이지 말 것이라 오직 각 사람은 자기의 죄로 인하여 죽을 것이라 한 말씀을 그대로 실천함이었다.(역대하 25:4) 심지어는 어미새가 그 새끼나 알을 품은 것을 만나거든 그 어미새와 새끼를 아울러 취하지 말 것과 또 염소 새끼를 그 어미의 젖에 삼지 말라(신명기 14:21)고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도 역사에서 보면 아비의 죄를 물어 본인은 물론, 처와 아들 딸을 동시에 죽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죽은 조상까지도 부관참시라는 형벌을 위하여 무덤을 파헤친 경우도 더러 있다.
 
우리 역사에 의를 위하여 죽은 대표적인 사나이들이 사육신(死六臣)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하여 불똥이 친.외척에까지 틔어 성경 말씀과는 완전히 달리 삼족이 멸문지화를 당하였으니 그 참혹함을 이루 필설로 말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수양성(誰陽城) 월휘중(月暉中)에 누구누구 남자ㅣ런고
추상(秋霜)은 만춘(滿春)이요 열일(烈日)은 제운(霽雲)이로다
암으나 영웅(英雄)을 묻거든 이 긔러라 하리라
해일 422
 
사육신이란 성삼문(成三問)·박팽년(朴彭年)·이개(李塏)·하위지(河緯地)·유성원(柳誠源)·유응부(兪應孚)를 말하는데, 이들을 <사육신>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생육신(生六臣)의 한 사람인 남효온(南孝溫)이 이들 여섯 신하의 전기인 《육신전(六臣傳)》을 지은 데서 비롯한다.
 
이들은 단종의 숙부 수양대군(首陽大君) 1453(단종 1) 계유정난을 통하여 안평대군(安平大君)·황보인(皇甫仁)·김종서(金宗瑞) 등 단종 친위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차지한 뒤, 2년 후인 1455년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하자, 동조자를 규합하여 단종 복위를 계획하였으나, 이에 참여하였던 김질이 고변(告變)함으로써 주동자와 동조자가 모두 체포되었다. 세조는 이들을 직접 신문하였는데, 갖은 고문과 회유에도 이들은 굴복하지 않았다. 옥이 일어난 지 7일만에 모두 군기감(軍器監) 앞에서 성삼문·박팽년·유응부·이개는 작형(灼刑:단근질)으로 처형당하였고, 하위지는 참살당하였으며, 유성원은 잡히기 전에 성균관에서 일이 탄로났다는 사실을 알고 자살하였다. 사육신 외에도 김문기(金文起권자신(權自愼) 70여 명이 모반 혐의로 화를 입었다.
 
단종복위를 꾀하다가 실패하여 압제자 세조에게 잔혹한 고문을 당하고 끝내는 무수한 생명들이 처참한 형을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충절과 의기를 지킨 사람들 중 대표적인 여섯 사람의 모습을 여기서 다시 한번 더듬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