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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 비간(比干)의 심장(心臟)

천하한량 2007. 3. 29. 16:44
충신 비간(比干)의 심장(心臟)
 
세상에서는 충신하면 으레 왕자비간(王子比干)이나 오자서(伍子胥)를 손꼽거니와 오자서는 피살된 시체가 양자강에 던져졌고, 충신 비간은 가슴을 도려내는 참혹한 꼴을 당했다.
그래서 충신 비간은 심장으로 연상되는 인물이다.  충신은 심장에 희로애락 등등 아홉개의 구멍을 갖고 있다는데 확인해보자면서 조카 주왕에 의하여 심장이 도려내지는 잔혹한 죽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중국 고대 은()나라 말에 폭군 주왕의 폭정을 간한 신하로 구후(九侯), 악후(鄂侯), 서백(西伯: 이후의 주나라 문왕)이라는 삼공(三公)이 있었다. 주왕은 구후의 딸이 달기에 필적할 정도로 그 용모가 아름답다고 들었다. 그리하여 그녀를 강제로 데려와서 후궁에 앉힌 다음 그녀와 달기를 옷을 하나도 남김없이 벗겨 세워놓고 차례로 훑어보면서 비교해 보았다. 그녀의 용모에 흡족한 주왕은 그녀를 비에 책봉했으나 정숙한 구후의 딸은 그처럼 황음무도한 생활에 적응할 수 없었다.
그녀는 결국 주왕의 노여움을 사서 사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잔인한 달기는 기뻐한 나머지 또다시 독랄한 형벌을 생각해냈다. 미꾸라지를 여러 마리 잡아오게 한 다음, 구후의 딸을 벌거벗겨서 사지를 큰 대자로 침대 기둥에 묶어놓고 미꾸라지를 그녀의 음부에 집어넣게 했다.
미꾸라지는 습하고 따뜻한 구멍을 좋아하는지라 그녀의 음부 속으로 다투어 파고들었다. 구후의 딸은 이렇게 처참하게 죽어갔던 것이다.
그래도 주왕은 분노가 가시지 않아 다시 구후를 잡아오게 하여 살을 갈기갈기 토막내어 버렸다.

효녀 심청이는 얼토당토않은 장님 아버지의 허욕으로 앞 뒤 재보지도 않고 내뱉은 공양미 삼백석 탓에 몸을 팔아 임당수 푸른 바다에 빠져 죽었고, 어리석고 경망스런 아버지 입다의 서원을 이루고자 입다의 딸은 꽃 피우지 못한 어린 처녀의 몸으로 제물이 되어 아버지의 칼 아래 목숨을 바쳤다. 그러나 여기 재상 구후는 거꾸로 착하고 정숙한 딸의 행실 탓에 본인은 물론 그 아버지까지 능지사지를 당하였으니 어찌 세상이 공평하달 수가 있는가.   
 
악후도 몇 번이나 간언을 하다가 결국 처형당했다. 서백 희창(姬昌)은 이 소식을 듣고 하늘을 우러러 세 번 탄식하고 기산(歧山)에서 비밀리에 군사들을 훈련시키면서 폭군 주왕을 토벌할 준비를 하였다.

주왕은 오로지 그녀의 성욕을 자극시키느라 무고한 백성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산사람을 화살 과녁으로 삼거나 호랑이 우리에 집어넣었다. 달기는 심지어 임산부의 배에 들어있는 태아의 성별을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하면서 주왕과 내기를 하고, 임산부를 잡아와서 직접 배를 갈라 확인해 보기도 하였다.

보다 보다 못하여 3대에 걸친 공신이자 왕의 삼촌인 비간(比干)이 죽음을 무릅쓰고 주왕에게 간언을 하자, 달기는 주왕에게 자기가 심장병이 들었는데 성현의 심장을 먹어야 나을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 말을 들은 주왕은 내가 듣건대 충신의 심장에는 구멍이 아홉 개가 있다 하였는데, 진짜 충신인지 확인해 보겠다.’고 비아냥거리며 당장 충직한 신하 비간의 가슴을 갈라 심장을 꺼냈다.
그 뿐이 아니다. 임신 중인 비간의 아내가 달기의 태아 감별 대상으로 지목되어 배를 억지로 가른 채 죽어 갔으니 어찌 충신 의사의 집안에 이런 극악한 불행이 내려야 하는지 답답한 가슴 누를 길 없다.

비간은 폭군 주()왕의 삼촌으로 주왕이 잔인무도한 폭정을 일삼자임금의 허물을 보고도 간하지 않으면 불충이요, 죽음이 두려워 말하지 않는 다는 것은 용기가 아닌 것이다. 간하여 따르지 않으면 차라리 죽어서 충성을 다하리라.’ 라며 계속 극간하였던 충신이었다.
 
2000년 전 동생의 아내 헤로디아를 후비로 들이고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감옥에 갇혀 있는 세례요한의 목을 쳐 소반에 담아오게 했던 헤롯 왕의 처사와 어찌 보면 이리도 닮아 있는가?  
 

昔者(석자)에 商紂(상주)가 暴虐(폭학)이어늘        옛날에 상나라의 주왕(紂王)이 포악하였는데
比干(비간)이 諫而死(간이사)하니                        비간이 아뢰다가 목숨을 잃었으니
忠臣之節(충신지절)이 於斯(어사)에 盡矣(진의).  충신의 절개가 이로써 다하였다.
<君臣有義(군신유의)>중에서
 
노자 도덕경 - 本文 十八章
 
大道廢, 有仁義,  (대도폐 유인의)     큰길이 이지러져야 어짊과 의로움이 있게되고
智慧出, 有大僞,  (지혜출 유대위)     지혜가 나는곳은 큰속임속에 있으며
六親不和, 有孝慈,(육친불화 유효자) 친척등 가정이 불화해야 효도와 자애스럼이 있게되며
國家昏亂, 有忠臣 (국가혼란 유충신) 국가가 혼란해야 충신이 있게 된다
 
효자가 불화한 가정에서 나오고 그리고 진정 어지러운 나라에서 충신이 등장하는 것이던가?
참으로 어려운 역사풀이의 수수께끼이다.
 
이도영  연 화 도 (蓮花圖)   
 
고종황제께서 이도영에게 4폭 병풍으로 제작을 명시한 작품으로 생전에 침병으로 친히 아끼신 작품이다. 숙종 때 어느 선비가 숙종을 알현하려다 만나지 못하고 정자에 있는 연꽃을 보며 읊은 싯귀로써 숙종에게 중국의 비간이란 사람처럼 당신께 충성을 다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1. 수재불염수 : 더러운 물속에서 자라지만 결코 오염되지 않는다.
2. 일경서자비 : 뻗어오른 한줄기 꽃대가 아름다운 서자비의 팔과 같다는 뜻으로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것처럼 한줄기에 결코 두 꽃이 피지 않는다.
3. 칠규비한심 : 중국의 비간같은 충신은 희 · · · · · 욕을 품어낼 수 있는 심장을 갖고 있으며 연꽃의 뿌리가 7개의 구멍을 갖고 있으니 꽃 중에 군왕이라는 뜻이므로 더러운 물속에서 오염되지 않고 깨끗함을 자아내므로 혼탁한 나라 정치 속에서도 맑은 꽃을 피울 수 있는 연꽃이야 말로 화중군자로의 위엄을 갖추었다 말 할 수 있다.
 
아무리 훗날 사람들로부터 충신으로 추앙 받는다 한들 그 자신이 억울하고 잔인한 모습으로 죽임을 당해야만 하고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되는데다 사랑하는 부인과 태 중의 아기까지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죽음을 당해야 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위로를 해 줄 수 있을까.     
                                                                      
임씨 시조와 관련한 기록에는 비간의 부인이 죽지 않고 산 속에 피하였다가 아들을 낳았다고 한다. 비간공은 은나라 태정대왕(太丁大王)의 둘째 아드님이시고 주왕의 숙부(叔父)이시다. 비간공이 은나라 말에 주왕에게 직간(直諫)하다가 죽음을 당하자, 정부인 진씨(正夫人陳氏)는 임신 중에 장림산(長林山)으로 피신하여 살다가 아들을 낳으시니 천()이라 하였다. 은나라가 망하고 주()나라가 건국(建國)되자 무왕(武王)이 비간공의 아들 천을 찾아 임씨(林氏)의 성과 견()이라는 이름을 사()한데서 비롯되었다 한다.
 
무심한 세월과 망각의 너울 속에 결국 의나 불의 같은 구분 같은 것이야 아무 의미도 없는 채 강자의 논리가 승리하는 역사의 바퀴를 우리는 멈추게 하지 못하고 만다. 결국 당시의 역사의 주인공은 주왕과 달기였고 충신 비간은 정숙한 딸의 비운과 함께 죽은 구후와 다름 없는 조연(助演)으로 우리의 시야에 간혹 등장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사육신을 비롯한 그 수 많은 단종 복위 사건 희생자들 역시 조선의 이씨 왕조 5백 년 역사에서 세조의 곁다리로 무대에 올라올 뿐인 것과 같은 이치다. 세조가 당시의 역사를 이끌고 만들어간 절대 강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그가 뜻하는 대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러가게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이 나는 항상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물론 역사에는 아주 분명한 예외가 하나 있다
가장 약하고 보잘 것 없고 내 세울 아무것도 갖지 못한 채 저 유대 갈보리 산상에 세워진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은 이름도 별로 알려진 적 없었던 나사렛의 가난한 목수였는데도 어쨌든 나중 진정한 역사의 주인공으로 돌아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