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이상재(月南 李商在-1850~1927)가 시국 강연회를 열었을 때 일이다.
장내는 청중으로 가득 차 있었고 연단 옆에는 제복을 입은 종로 경찰서 고등
계 주임이 칼을 짚고 앉아 있었다.
월남은 연단에 올라가자 큰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시작하기 전에 지금 내가 보고 온 이야기 하나를 하겠습니다."
장내는 물을 끼얹진 듯 조용하였다.
"내가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호떡 한 개를 가지고 두 아이가 서로 싸우고 있
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아이는 중학생이고 다른 한 아이는 소학교 학생인 모
양인데, 소학교 학생이 가진 호떡을 중학생이 빼앗아 예쁜 별을 만들어 주겠
다면서 조금씩 먹기 시작합디다.
소학생이 울면서 앙탈을 하니까 이번에는 달떡을 만들어 주겠다면서 살살 꼬
여, 결국 그 호떡 한 개를 다 먹어버리고 마니 소학생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자꾸 울기만 합디다."
월남의 이야기가 이에 이르자, 청중들은 벌써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
차리고 우뢰와 같은 박수 갈채를 보내는 것이었다.
호떡은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것이고, 소학생은 우리나라 사람, 중학생은 일본
인을 비유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고 있던 일본인 경찰이 사태가 심
상치 않음을 깨닫고 '연사 중지! 중지!'라며 소리쳤다.
그날의 강연은 중단되었으나 이상재가 전하고자 한 뜻은 모두 전해졌다.
꽃이 화분 속에 있으면 생기가 없고 새가 새장 속에 들면 자연의 풍취가 없다고 했다.
자유의 소중함을 뜻하는 말이다.
花居盆內終乏生機 鳥入籠中 便減天趣(화거분내 종핍생기 조입롱중 변감천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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