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영우(詠雨) 3수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4. 02:17
영우(詠雨) 3수

빗속에 든 산빛이 푸르러 에웠는데 / 入雨山光翠合圍
도화 바람 돛바람을 보내어 돌아가네 / 桃花風送帆風歸
봄 기러기 노정은 걸릴 게 전혀 없어 / 春鴻程路無遮礙
남으로 오자마자 북으로 또 나는구만 / 纔見南來又北飛
철 비 만나 산천이 오랜 침묵 깨뜨리니 / 時雨山川破久慳
샛바람이 새벽구름 힘껏 몰고 돌아오네 / 東風力斡曉雲還
한 오라기 한 방울도 모두가 고택이라 / 一絲一點皆膏澤
풀과 나무 심정도 일제히 우쭐우쭐 / 草木心情恰解顔
봄비는 아득아득 사립 닫힌 저녘 나절 / 春雨冥濛夕掩關
한 쟁기의 논 물은 아마 좔좔 흐르겠군 / 一犁田水想潺湲
웃건 짖건 내 맡겨라 여가의 마을길에 / 任他笑吠黎家路
당년의 동파 노인 삿갓 쓰고 돌아오네 / 坡老當年戴笠還

[주D-001]여가 : 여자운(黎子雲)을 말함. 자운은 담주(儋州) 사람인데 집은 가난하였으나 학(學)을 좋아하여 형제가 함께 독서하였다. 소식이 담이(儋耳)에 있을 적에 한번 방문하니 자운은 예우가 극진하여 아우를 시켜 술을 실어오고 청익(請益)하기를 게을리 아니하므로 소식은 그 당액(堂額)을 재주당(載酒堂)이라 써 주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