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오수재를 생각하다. 이때 남한에 있었음[憶吳秀才 時在南漢]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4. 01:27
오수재를 생각하다. 이때 남한에 있었음[憶吳秀才 時在南漢]

현절사 사당 앞의 옛 놀이를 기억커니 / 顯節祠前記舊遊
백 년이라 세상 일은 시름을 못 이기네 / 百年世事不勝愁
묽은 구름 가랑비 아득한 그곳에는 / 淡雲微雨依然處
좋은 국화 시든 난초
또 한번 가을이리 / 佳菊衰蘭又一秋
나무에는 서녘 바람 국화에는 하얀 서리 / 木正西風菊正霜
발에 가득 가을 영자 담담한 시방(詩坊)일레 / 一簾秋影澹詩坊
가련타 좋은 곳이 도리어 시름차니 / 翻憐佳境還愁絶
하늘가를 바라보면 애가 정히 끊기련다 / 却向天涯欲斷腸
이산의 풍아에다 연양마저 아울러라 / 飴山風雅幷蓮洋
밝은 달 차운 강에 불(佛)의 향을 들었다오 / 明月寒江聽佛香
뉘라서 알았으리 관음각 한밤중에 / 那識觀音閣裏夜
외론 등불 가을 꿈이 오래도록 서성댈 줄 / 一燈秋夢久回皇
닷새 동안 이별이 십 년보다 어려우이 / 五日難於十載離
술엣 바람 시엣 비가 시름 생각 어지럽혀 / 酒風詩雨亂愁思
해랑은 틀림없이 운랑마냥 찼으리니 / 奚囊定與雲囊滿
갖다주면 혼자서 즐기고 남으리다 / 持贈猶堪自悅怡

[주D-001]현절사 : 병자호란 때 척화(斥和)한 홍익한(洪翼漢)·오달제(吳達濟)·윤집(尹集) 등 삼학사(三學士)를 제향하는 사우임. 광주(廣州)에 있음.
[주D-002]묽은……난초 : 김상헌의 "淡雲微雨小姑祠 菊秀蘭衰八月時"를 말함. 주 112) 참조.
[주D-003]하늘가를……끊기련다 : 병자호란 때 삼학사가 척화신(斥和臣)으로 청 나라에 잡혀간 것을 슬퍼한 것임.
[주D-004]이산 : 청 나라 시인 조집신(趙執信)의 별호.
[주D-005]연양 : 청 나라 시인 오문(吳雯)의 호.
[주D-006]해랑 : 《당서(唐書)》 권137 이하전(李賀傳)에 "하(賀)는 매일 문밖을 나가면서 아이종을 시켜 등에 옛 금낭(錦囊)을 짊어지게 하고 보이는 것에 따라 글귀를 만들어서 그 금낭 속에 넣었다." 하였다.
[주D-007]혼자서……남으리다 : 양(梁) 나라 도홍경(陶弘景)의 "此中何所有 嶺上多白雲 只可自怡悅 不堪持贈君"이라는 시가 있으므로 운낭(雲囊)과 연결하여 쓴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