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양근 군수를 보내다[送楊根守] 5수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4. 00:21
양근 군수를 보내다[送楊根守] 5수

비취 같은 강 빛이 눈에 풍겨 하 밝은데 / 瑟碧江光潑眼明
끊긴 노을 한 가닥 석양에 나풀나풀 / 斷霞一抹夕天輕
벼슬 놀이 그 또한 선산을 향해 가니 / 宦遊亦向仙山去
자래로 이런 복은 얼마나 맑다 하리 / 此福從來幾分淸
미원현은 근본이 미원장을 일컬은 것 / 迷原縣本迷原莊
소설암 주변에는 옛 탑이 빛나누나 / 小雪庵邊古塔光
명환이란 꼭 한 옥만 제일은 아닐지니 / 名宦未應須一玉
골격은 당자의 성한 문장에 들어갔네 / 骨入唐子盛文章
선장이라 향로는 거꾸로 격 낮으니 / 仙掌香罏格倒卑
부용도 웅기를 독차지 못할레라
/ 芙蓉未足擅雄奇
애당초 사국에서 번거로이 빌렸으니 / 試從史局煩相借
땅에 솟아 하늘 닿은 한 가지의 붓이로세
/ 卓地參天筆一枝
용산(龍山)
배에 싣는 나무다발 여기저기 무더기라 / 船裝不盡缺缺
농사 이익 옹글기는 땔감만 못해설레 / 農利全輸柴利來
메밀꽃 희끗희끗 은조는 눈부시니 / 蕎麥星星銀粟白
온 산에 뒤덮힌 게 다 만두의 재료로세 / 滿山都是饅頭材
이따금 말 버리고 남여로 바꿔 타니 / 時時捨騎換籃輿
실낱 같은 고갯길 험(險)을 탄 나머질레 / 嶺路絲緣試險餘
불지르고 개간한 땅 낙토로 변했으니 / 火耨力耕皆樂土
금년에는 구거를 부러워할 까닭 없네 / 今年不用羨篝車

[주D-001]미원현은……것 : 미원현은 경기도 양근(楊根)에 있는 고을. 고려 공민왕 5년에 국사(國師) 보우(普愚)가 군(郡)의 미원장에 우거하고 있다 하여 장(莊)을 승격시켜 현으로 만들었다.
[주D-002]소설암 : 국사 보우가 우거하고 있던 미원현에 있는 암자.
[주D-003]골격은……들어갔네 : 이 글귀는 원문이 잘못된 듯함. 상고를 기다린다.
[주D-004]선장이라……못할레라 : 선장은 중국 태화산(太華山)의 동쪽 봉우리이고 향로는 중국 여산(廬山)의 북쪽에 있는 봉우리이며 부용은 여산의 동남쪽에 있는 봉우리인데, 이 세 봉우리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여기서는 양근의 용문산(龍門山) 경치가 그보다 낫다는 것을 말함.이는 용문산을 읊은 것임.
[주D-005]사국에서……붓이로세 : 사국은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사기(史記)》를 말하는데 《사기》를 '용문사(龍門史)'라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는 용문산이란 이름을 '용문사'에서 따왔고 따라서 높이 솟은 산봉우리는 마치 사마천의 문필 기상과 같다는 것임.
[주D-006]불지르고 개간한 땅 : 원문의 '역(力)'은 '도(刀)'의 잘못임. 《삼국유사(三國遺事)》 엄장광덕전(嚴莊廣德傳)에 "대종역경(大種力耕)"이라 한 것도 "화종도경(火種刀耕)"의 잘못임.
[주D-007]구거를……없네 : 구는 대바구니이고 거는 수레. 《사기(史記)》 권126 골계열전(滑稽列傳)에 "돼지발 하나 술 한 그릇으로 풍년을 기원하기를 '곡식이 높은 땅에서는 대바구니에 가득하고[滿篝] 낮고 비옥한 땅에서는 수레에 가득 차게[滿車] 하소서.'라고 했다." 한 것에서 인용한 것으로 금년에는 으레 풍년이 들 것이라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