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비누가 들어왔을 무렵이었습니다.
월남 이상재 선생에게 어느 외국 선교사가 비누 한 궤짝을 선물했습니다.
귀한 비누를 선물로 받은 월남 선생은 자랑도 하고 또 나누어 쓰기도 할 겸해서
이웃 사람들을 자기 집으로 불렀습니다.
"어서들 오십시오. 비누 한 궤짝이 들어왔는데 몇 장씩 나누어 쓸까 해서 오시라고 했소이다."
하며 월남 선생은 모여든 이웃 사람들에게 각각 비누 몇 장씩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월남 선생, 정말 고맙습니다. 웬만한 집안에선 구경하기도 힘든 것을 이렇게 나누어 주시니..."
한 노인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고마와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같은 심정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월남 선생은 모여든 이웃에게 비누를 골고루 나누어 준 다음,
주머니 속에서 칼을 꺼내더니 비누를 잘게 썰었습니다.
그리고는 잘게 썬 비누를 한 움큼 쥐어 입 안에다 털어넣는 게 아닙니까!
이웃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비누를 잡수십니까? 비누는 먹는 게 아니라
세수할 때나 몸을 씻을 적에 때를 말끔히 없애기 위해서 쓰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이 말에 월남 선생은 빙그레 웃으며,
"여러분들께서는 얼굴의 때나 몸에 묻은 때를 씻는 데만 비누를 쓰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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