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오난설 고에 차운하여 답하다[次韻答吳蘭雪藁]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2. 20:11
오난설 고에 차운하여 답하다[次韻答吳蘭雪藁]

가섭이 꽃을 쥐고 시수를 찾자 하니 / 迦葉拈花詩髓求
옛날에 방옹 따라 꿈 지경에 노닐었네 / 舊從放翁夢境遊
오색이라 매화나무 진영을 보고 지고 / 眞影五色梅花樹
여섯 사람이 오색매화도(五色梅花圖)를 합작하였는데 난설의 소장이 되었음.
석계랑 연롱은 모를레라 어디멘지 / 石溪煙隴知何處
석계ㆍ연롱은 다 난설이 탐매(探梅)하는 곳인데 신전 십억(新田十憶) 중의 둘임.
나양봉ㆍ주야운을 담농 속에 헤아리고 / 料量羅朱澹濃中
난설이 고산(孤山)에서 매화를 심방할 적에양봉ㆍ야운에게부탁해서담묵(澹墨)ㆍ농(濃墨) 두 본을 만들었음.
아득한 그림 이치 다농을 참조했네 / 蒼茫畫理參茶農
소매 속의 동해 바다 한 기운이 연대이니 / 袖裏東海接一氣
비관의 하늘가에 정이 모인 곳이로세 / 鼻觀天涯情所鐘
동해라 사람 집에 한 꽃이 벌어지니 / 東海人家一花坼
삼십만 하얀 그루 아스리 거슬리네 / 遙溯三十萬樹白
향소 보소 따지자면 바로 곧 이 의체(義諦)라 / 香蘇寶蘇卽此義
백천의 등그림자 숨과 숨에 거둬지네 / 百千燈影收息息
묻노니 구리의 물가나 산기슭에 / 問否九里洲與山
어찌하면 이 몸을 그 사이 두어볼꼬 / 那由此身置其間
지레 붓을 내던지고 검봉을 찾아가서 / 徑欲投筆劒峯去
난설의 황암관폭시(黃巖觀瀑詩)에 ‘붓을 던지고 그대로 쌍검봉이 되었으면[投筆仍爲雙劍峯]’이라 하였음.
명백의 뒤를 좇아 대운 함께 돌아오리 / 擬追盟柏岱雲還
대운회합도(岱雲會合圖)를 이름. 담계노인(覃溪老人)의 시에“창창한 일곱 그루 잣나무는 나에게 대질하여 일성을 맹서하네[蒼然七株柏質我盟日星]”라 하였음.
석범의 옛 게자를 들어서 보여주고 / 擧似石帆舊偈子
둥그런 거울 속에 갓그림자 찍혀 왔네 / 攝到笠影圓鏡裏
동서당 돌벼루는 기특한 빛 피어나서 / 東書堂硯潑奇光
동서당 벼루는 주반(周藩) 난설헌의 구물(舊物)이었는데 담계의 소장이 되었으므로 난설이 시를 지어 구걸하였음.

어느제나 원기가 임리할 따름이지 / 元氣淋漓而已矣
눈에 선한 홍삼이 날로 꽃에 절 드리니 / 宛見紅袗日拜花
홍삼배화는 난설의 시화(詩話)임.
광려는 그대의 신 동향은 그대의 집 / 匡君之屐桐君家
청안은 시경 달에 취미를 같이하고 / 靑眼同岑詩境月
자란은 정업사에 나루를 묻는다오 / 紫瀾問津淨業槎
십육 년 이전이라 잃은 것을 메우자니 / 爲補十六年前失
도리어 만 리 밖의 묵연에서 찾을 밖에 / 却於萬里墨緣覓
봉래각(蓬萊閣)을 둘러싼 문자 상서 보리로세 / 蓬萊佇見文字祥
하늘가 검은 구름 누앞의 붉은 해를 / 天際烏雲樓前日
금석이라 난맹이 변경 어찌 있으리까 / 金石蘭盟詎可更
연등이랑 매권이랑 그대로 합병인 걸 / 蓮燈梅卷仍合併
병든 학은 요즘에 다시금 어떠한가 / 病鶴如今復何似
돌솥은 젖이 뚝뚝 솔바람 으시으시 / 石銚乳滴松風生

[주C-001]오난설 : 오난설은 청 나라 강서(江西) 동향인(東鄕人)인데, 이름은 숭량(嵩梁), 호는 연화박사(蓮花博士) 또는 석계노어(石溪老漁)라고 한다. 내각중서(內閣中書)를 지냈으며 시재(詩才)는 황경인(黃景仁)과 대등하였다. 서실 이름은 향소산관(香蘇山館)이며 저술로는《향소산관집》이 있음.
[주D-001]가섭이 꽃을 쥐고 : 가섭은 마하가섭(摩訶迦葉)이라고도 하는데 석가의 대제자(大弟子)임. 《전등록(傳燈錄)》에 "세존(世尊)이 영산(靈山)의 모임에서 꽃을 뽑아 뭇 사람에게 보이니 이때 모두 묵연하였는데 유독 가섭존자(迦葉尊者)가 파안미소(破顔微笑)했다." 하였음.
[주D-002]방옹 : 송 나라 시인 육유(陸游)를 말함.
[주D-003]다농 : 청 나라의 시인이며 화가인 장심(張深)의 호. 자는 숙연(叔淵)이고 별호는 낭객(浪客)임. 추사는 일찍이 다농에게 부탁하여 난설의 부춘매은도(富春梅隱圖)를 그리게 한 일이 있음.
[주D-004]비관 : 콧구멍을 말함. 소식의 소향시(燒香詩)에 "不及聞思所及 且令鼻觀先叅"이라 하였음.
[주D-005]삼십만 하얀 그루 : 오난설의 부춘매은설(富春梅隱說)에 "九里洲在富春山水佳處 計畝種梅 可得三十萬樹"라 하였음.
[주D-006]향소 : 오난설의 재호(齋號)인 향소산관(香蘇山館)을 말함.
[주D-007]대운 : 오난설의 기유도서(記遊圖序)의 대악관운(岱岳觀雲) 조에 "癸丑五月 謁翁覃溪先生於太安使院 同遊東岳 秦松漢柏 黛色叅霄 由南天門登封禪臺 俯視雲影千峯散落平地"라 하였음.
[주D-008]석범의 옛 게자 : 석범은 왕어양(王漁洋)의 석범정(石帆亭)을 말함. 옹방강의 소석범정저(小石帆亭著)가 있음. 왕어양의 추림독서도(秋林讀書圖)는 문점(文點)이 그린 것인데 소재(蘇齋)에 수장되어 있었음.
[주D-009]갓그림자[笠影] : 소식의 입극도(笠屐圖)를 말함.
[주D-010]시경 : 옹방강의 서실 이름인 시경헌(詩境軒)을 이름. 시경 두 글자는 옹방강이 육유(陸游)의 친필을 탁본하여 서실에 걸었으므로 칭한 것임.
[주D-011]정업 : 정업호(淨業湖)를 말함. 오난설의 기유도(記遊圖) 제15의 정업연인(淨業緣因)에 보면 "余與法時帆定交 自積水潭觀荷始 淨業湖花事尤盛 每着綠簑 冒雨而出"이라 하였음.
[주D-012]돌솥[石銚] : 주 18)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