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취성당설시운을 차하여 북린에 답기하다[答寄北隣 次聚星堂雪詩韻]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2. 20:09
취성당설시운을 차하여 북린에 답기하다[答寄北隣 次聚星堂雪詩韻]

시서라 구학 속에 오십 년을 접어드니 / 邱壑詩書五十年
분화 생각 다 녹아 봄눈과 마찬가지 / 芬華念消同春雪
인해는 아득아득 붉은 먼지 넘치는데 / 人海茫茫漲紅塵
솔 하나에 돌 하나 스스로 청절하이 / 一松一石自淸絶
솔 그늘로 몸을 덮고 돌로 머리를 괴니 / 松以覆身石支頭
솔소리 돌과 맞아 세차게 들리누나 / 松聲叶石鳴廉折
그대 머리 차츰차츰 솔털마냥 짧아져도 / 君髮漸與松髮短
시의 애는 돌과 같아 좀처럼 닳지 않아 / 詩肺如石獨難滅
왕랑이 때로 와서 땅을 치고 노래하니 / 王郞時來歌斫地
고기 새우 달아나라 푸른 고래 끌어오네 / 魚蝦俱避碧鯨掣
양류 풍류 다시금 이웃을 어울리니 / 楊柳風流更並隣
한 세상에 일렁이는 안개꽃을 쓸고지고 / 欲掃一世霧花纈
난새 날고 봉 멈춰라 하 오랜 오늘날에 / 如今鸞飄鳳泊久
부추즙과 소금가루 일러 무삼 구구하지 / 區區虀汁與鹽屑
서숙이 높이 열려 강장이 깊숙하니 / 書塾高開絳帳深
잠깐의 황량 꿈을 낮 베개에 갓 깨었네 / 午枕初醒黃粱瞥
우명이 들릴 곳에 글월이 전해오니 / 郵筒相過一牛鳴
병언을 분석하고 지설을 깎았구만 / 疏析騈言剔支說
그대와 송풍 꿈을 함께 꾸기 원이라서 / 願君共做松風夢
종당에는 영석이 둔철을 끄을 걸세 / 會看靈石引鈍鐵
군(君)이 자호를 송석(松石)이라 하였기 때문에 많이 언급하였음.

[주D-001]세차게[廉折] : 옛 음악의 용어인데 날카롭고 급한 소리를 말함. 《사기(史記)》 전경중완세가(田敬仲完世家)에 "小弦廉折"이라 하였음.
[주D-002]왕랑이……노래하니 : 두보의 단가행(短歌行)에 "王郞酒酣拔劍斫地歌莫哀"가 있는데 여기서는 어떤 사람을 지칭하여 인용한 것임. 착지가(斫地歌)는 땅을 치고 노래한다는 말.
[주D-003]양류 풍류 : 장서(張緖)는 남제(南齊) 오군(吳郡) 사람인데 소시적부터 문재(文才)가 있었고 풍자(風姿)가 청아하였다. 무제(武帝)는 촉류(蜀柳)를 영화전(靈和殿) 앞에 심어두고 일찍이 말하기를 "이 버들은 풍류가 가애(可愛)하여 장서의 당년(當年)과 같다." 하였음.
[주D-004]난새……멈춰라[鸞飄鳳泊] : 헤어지고 흩어진 것을 의미하는 말임. 한유의 구루산시(岣嶁山詩)에 "蚪蝌拳身虀倒披 鸞飄鳳泊拏虎螭"라는 글귀가 있는데 이는 구루산 신우(神禹)의 비가 산중에 자취를 감춘 것이 마치 난봉이 표박하는 것과 같다는 뜻임.
[주D-005]부추즙과 소금가루[虀汁鹽屑] : 한 유의 송궁문(送窮文)에 "太學四年 朝虀暮盬"이라 하였음.
[주D-006]강장 : 《후한서(後漢書)》 마융전(馬融傳)에 "융의 거처(居處) 기복(器服)이 치식(侈飾)이 많아서 항상 고당(高堂)에 앉아 강사장(絳紗帳)을 치고서 앞으로는 생도들을 가르치고 뒤로는 여악(女樂)을 벌였다." 하였음. 그래서 후세에 강좌(講座)를 지칭하여 강장이라 함.
[주D-007]황량 꿈 : 당 나라 때 노생(盧生)이 한단(邯鄲)의 저자에서 도사 여동빈(呂洞賓)의 베개를 빌려 잠을 자면서 일생의 경력을 꿈꾼 고사로서 인간 일생의 영고성쇠(榮枯盛衰)는 한마당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유임. 한단몽(邯鄲夢)이라고도 함. 《枕中記》
[주D-008]우명……곳 : 오리(五里)의 가까운 지역을 이름.
[주D-009]영석 : 자석과 바늘을 들어 비유한 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