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당김정희 ▒

북린의 고우탄에 차하다[次北隣苦雨歎] -완당 김정희-

천하한량 2007. 3. 12. 20:08
북린의 고우탄에 차하다[次北隣苦雨歎]

그대 시는 천상의 빗물보다 더 많아라 / 君詩多於天上之雨水
아마도 양류병을 기울인 것 아니겠나 / 疑從楊柳甁中傾
그대 시로 고삽을 적실 수 있다면은 / 可將君詩沾枯澀
내리기만 소원일 뿐 개는 건 원치 않네 / 但願其雨不願晴
비는 쉴 때 있어도 시는 노상 아니 쉬어 / 雨有休時詩不休
팥 밑에 일어나는 바람 우레 날로 보니 / 日見腕底風雷行
상상컨대 시를 찾아 그 시가 이뤄질 젠 / 想得尋詩詩就際
상양이 춤을 추고 두루미 낄낄대리 / 商羊鼓舞鶴俯鳴
나는 시 없는 것이 비 없는 것과 같아 / 媿我無詩如無雨
창 앞에 파초잎이 말라붙어 소리 없네 / 窓前蕉葉乾無聲
그대 자주 내 연전에 내려 주지 않는다면 / 非君日日雨我硯田裏
시의 농사 어떻게 가을을 기약하리 / 詩農那期秋穡成
자넨 비가 괴롭지만 나는 비가 반가워서 / 君惟苦雨我喜雨
시 조상에 제(祭) 올리니 시의 북이 두둥둥둥 / 夜賽詩祖詩鼓轟
차라리 차고나 옥벽루가 될지언정 / 寧敎股屋壁漏
산더미처럼 쌓인 주옥도 계산 않네 / 不筭珠玉山邱平
하고한 세상 사람 비점보다 더 많으니 / 世人紛紛雨點夥
빈 배는 부질없이 천 섬 벼만 없애누나 / 枵腹空博千畝秔
나막신에 삿갓쓰고 그대 찾아 갈 적에는 / 佇待笠屐訪君去
동산의 송림 속에 달이 둥실 밝으리다 / 園中又有松月明

[주D-001]양류병(楊柳甁) : 불가의 감로수(甘露水)를 담은 병으로 관음보살이 들고 있다.
[주D-002]상양 : 새 이름임. 《공자가어(孔子家語)》에 "天將大雨 商羊鼓舞"라 하였음.
[주D-003]연전 : 벼루를 들어 밭에 비유한 것인데 문자로써 생계를 유지함을 이름. 당경(唐庚)의 시에 "硯田無惡歲"라 하였음.
[주D-004]차고나 옥벽루 : 차고는 절차고(折釵股)요, 옥벽루는 옥루흔(屋漏痕)인데 모두 필법을 이름.